일본의 수출통제 강화 조치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를 넘어 다른 품목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한국이 일본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및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수출규제 대상이 확산되면 관련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이 첨단소재와 전자 품목 등 전략 물자의 수출규제를 완화하거나 면제하는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할 경우 전체 산업으로 타격이 이어지는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수출과 투자가 넉 달째 부진한 현재 일본의 경제보복이 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정부의 긴밀한 대응이 시급해졌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가 한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빌미 삼아 일본에 백기항복을 주문하는 보수 야당과 보수 신문의 행태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반도체 장비 주요 수입국 비중은 일본이 45%로 가장 높고, 네덜란드 25%, 미국 24% 순서로 나타났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발표 직후 소재부품의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해외의존도가 높은 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올해 추경과 내년 예산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큰 틀에서 바람직한 대책이다. 정부가 수출규제 품목과 추가 제재가 가능한 품목에 유동성 지원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어려운 기업을 살리는 데 효과를 거둘 것이다. 특히 일본에 대한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남 경제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경남은 소재부품이 제조업의 42%를 차지하고 있고 소재부품 기업과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경남도는 첨단소재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관계기관회의를 개최했지만, 경제의 체질 개선뿐 아니라 해당산업에 대한 단기적인 지원 대책이 나와야 한다.

보수언론들은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의 수출통제 강화를 내세워 무역보복에 성공한 듯이 말하지만, 이번 기회에 확연히 알 수 있는 것은 일본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함을 일깨워주었다는 사실이다. 특정 국가에 수입을 과다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지금의 상황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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