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알앤티 근무지침 내부고발
휴가 보고서·휴게시간 감소도
노조 "노동자 5명 급성방광염"
사측 "생산성 향상 목적"해명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여서 참다보니 방광염이 걸렸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첫날 내부 고발이 나왔다.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김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대흥알앤티 사측이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근무지침을 적용해 논란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와 대흥알앤티지회는 16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시대적인 노사 문제와 후진적인 인권 침해 논란을 야기한 대흥알앤티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흥알앤티 노동자들은 사측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지침을 적용한 지난 6월 1일부터 △화장실 감시 △연차휴가 보고서 작성 △휴게시간과 점심시간 감소 등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무지침은 대흥알앤티 노사가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맺은 '생산성 95% 이상 유지를 위한 생산성 향상 동의'에 따라 사측이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사실은 맞지만 근무지침이 반인권적이라며, △사측 책임자 처벌 △문제 지침 철회 △사측 공식 사과 △피해자 직접 보상 등을 요구했다.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16일 오전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가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대흥알앤티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16일 오전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가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대흥알앤티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이날 여성노동자 두 명은 사측이 화장실 가는 횟수, 화장실에서 머무는 시간 등을 체크하면서 급성방광염을 앓게 됐다며 진단서를 제시했다. 한 여성 노동자는 "남성 관리자에게 화장실을 가겠다고 말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수치심을 느꼈다. 그래도 급해서 연락을 하곤 했는데 눈치가 보여 참다 보니 급성방광염을 앓게 됐다"며 "인간 이하 대접을 받으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했던 우리 노동자는 피해자니까 당당하다. 감옥이 따로 없었지만 당당하게 할 말은 하겠다"고 했다.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는 현재까지 화장실 제재로 노동자 5명이 급성방광염 등 질환을 앓고 있다고 집계했다.

정동식 대흥알앤티지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오늘부터 시행됐다.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노동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사측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수반할 수 있는 근무지침을 지난달 일방 통보했다. 근무지 이탈금지 준수 내용으로 화장실 이용 등이 불가하며 긴급 시 조·반장에게 보고하거나 승인을 받은 뒤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연차 사용과 휴게시간 보장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 지회장은 "연차 사용은 노동자 개인적 의사에 따라 사용하는 것인데 개인 사유를 묻고 그 사유 보고 정도에 따라 제한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며 불법"이라며 "관리자들의 감시 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했다.

이어 "법과 노사 간 합의로 정한 휴식 시간이 끝나기 전에 미리 '예비종'을 치면서 노동자들을 현장에 밀어 넣었다"며 "예비종으로 노동자들의 휴식 시간을 제한한 것은 정서적 불안감을 유발하는 악질 행위"라고 말했다. 예비종은 근무지침 적용 후 생긴 조치인데, 쉬는 시간 종료 3분 전과 점심시간 종료 3분 전에 한 차례씩 울린다.

사측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침 내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연차 휴가와 관련해서는 "직원들은 원칙적으로 최소 2일 전에 휴가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합리적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하루 전 또는 사후 신청도 할 수 있게 했다. 연차 휴가를 막는 행위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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