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합성동 주민 건립 반대에 의창구 쉼터 주택가 가보니
이웃들 "문제될 일 없었어", 전문가 "낙인보다 복귀 도와야"

"청소년쉼터가 들어서는 데 반대하는 건 기우 아닐까요."

창원시가 가출하거나 가정해체 등으로 갈곳이 없는 청소년을 위한 창원시립청소년전용쉼터 건립을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추진하자 100m 거리의 초등학교 학부모와 일부 주민들이 장소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목소리에 대해 청소년쉼터가 들어선 곳에 사는 주민들은 '기우'라고 했다.

16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창원시단기청소년쉼터. 쉼터는 2001년 6월 이 동네에 문을 열었다. 주택가 한가운데 2층짜리 건물에 청소년쉼터 표지판이 붙어 있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게 없었다. 바로 옆집에는 어린이집이 있었다.

쉼터 맞은편에 사는 주민, 인근 아파트 경비원,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민은 모두 "쉼터와 관련해 들리는 이야기도, 나오는 이야기도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쉼터와 관련해 주민들 사이에서 불평불만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쉼터 바로 옆 어린이집 원장(50)도 쉼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했다. 원장은 10년 전 이곳으로 와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1층에 어린이집, 2층에 가정집이 있다.

원장은 "이사 올 당시 첫째는 중학생, 둘째는 초등학생이었다. 주변에서 둘째인 딸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사 온 후로 트러블이라고 할 만한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주택가에 있는 창원시단기청소년쉼터. 바로 옆에 어린이집이 있다. /류민기 기자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주택가에 있는 창원시단기청소년쉼터. 바로 옆에 어린이집이 있다. /류민기 기자

 

청소년들이 쉼터에서 담배를 피우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피울 수 있다고 본다는 원장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 올 경우 창문을 닫아달라고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 알아서 닫기에 쉼터 청소년들과 부딪힐 일이 없다고 했다.

원장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학부모들이 청소년쉼터가 옆에 있는 걸 알고 아이를 맡긴다고 말했다. 원장은 "쉼터 청소년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면 문제될 게 전혀 없다. 이 아이들도 갈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청소년쉼터 바로 옆에 어린이집이 있고, 인근에 놀이터도 있다. 초등학교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쉼터가 들어선다고 반대하는 건 기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쉼터에 입소한 사례를 보면 가족 간 갈등이나 폭력을 이유로 '가정 밖' 생활을 선택한 청소년이 많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청소년쉼터와 청소년회복지원시설 청소년 730명(남 384·여 3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8.7%가 '가족과의 갈등', 24,5%가 '가정폭력'을 1순위 이유로 꼽았다.

가정 밖 청소년 43.8%가 '부모님(보호자)이 내 몸에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남을 정도로 때린 적이 있다'고 응답('그런 편이다'와 '매우 그렇다')했으며, 64.8%는 '부모님(보호자)을 믿고 의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부모보다는 보호시설 종사자(74%)나 친구·선후배(68.6%)를 더 의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석 경남도일시청소년쉼터 소장은 "전국 청소년쉼터 청소년의 가정 중 70%가 해체되고 있거나 가정폭력·친족성폭력·아동학대 등 문제가 있어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며 "가정 해체와 폭력으로 거리로 나오는 청소년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우리들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사람들로부터 비행청소년이라는 낙인을 받아왔던 가정 밖 청소년들이 이제는 가정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시선이 필요하다. 창원에 여성청소년전용시설이 없어 쉼터가 꼭 건립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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