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로 보행보다 위험 6배
도내 안전점검단 구성 필요
조례 제정 통한 인센티브 등

경남도의회가 최근 <정책프리즘> 통권 2호를 발간했다. <정책프리즘>은 분기별로 각종 현안이나 쟁점 등과 관련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다. 이번 <정책프리즘>에는 12편의 정책과제가 실렸다. 눈에 띄는 정책과제를 소개하고 대안과 해법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질문 하나. 초등학생들은 통학로와 관련해 학교 주변과 아파트 단지 안 가운데 어디를 더 위험하다고 여길까? 상식적으로는 학교 주변이라고 답할 것 같지만, 아파트 단지 안이라고 한 어린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서 지난 5월 서울지역 초등학생 997명에 물었더니, 86.1%가 아파트 단지가 위험하다고 답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통학로 보행보다 6배 더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학교 주변은 스쿨존으로 지정될 뿐만 아니라 등·하굣길 어른들이 나와 교통안전 봉사 등으로 아이들을 보살피지만,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 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교통안전시설을 갖춰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마다 '주차 전쟁'을 겪으면서 아무렇게나 주차한 차량 등으로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시야를 방해받고 있어 사고 위험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전방주시' 등이 떨어져 사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사천 한 아파트 단지에서 '킥보드'를 타던 여섯 살 남자아이가 SUV 차량에 치여 숨졌으며, 2014년 5월에도 진주 한 아파트 내에서 교통사고로 초등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2015~2017년 3년간 '도로 외 구역별 사고현황'(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을 봐도 전체 사망자 208명 중 100명이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이면서 도로가 아니어서' 공식적인 국가 교통사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위험실태 현황조차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뚜렷한 개선책은 나오지 않은 채 사고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안전의 사각지대'인 아파트 단지 도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2017년 10월 대전 아파트 단지 내 건널목을 건너던 6살 어린이가 숨지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게시판에는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교통사고와 도로교통법의 허점'이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무려 22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에 경찰청이 예방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법 개정은 국회에서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그나마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12년부터 아파트 단지를 직접 방문해 교통안전 위해요인과 문제점을 진단하고서 '맞춤형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남에서도 올해 14개 아파트 단지가 교통안전점검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검은 '동해에 오줌 한 방울 떨어뜨리는 일'에 불과할 만큼 적은 숫자인 데다, 시설 보수와 설치도 말 그대로 '권고'에 그쳐 법적 강제성이 없다. 수선비용도 주민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행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

<정책프리즘>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도내에 전문가로 구성된 '교통안전점검단'을 꾸려 아파트 단지별 맞춤형 대책 제시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도내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안전점검 신청을 받아 점검 이후 시설개선과 이력관리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또 교통안전점검 신청 유도를 위해 점검 이후 개선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면 '교통안전 아파트'로 인증해 홍보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아울러 '아파트 단지 내 교통안전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교통안전시설 설치·유지·정비에 대한 감사와 평가 내용을 담아 교통안전 우수 단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아파트 구조 특성상 하루에도 수십 대의 어린이집, 학원 차량이 아파트 안을 드나드는 만큼 단지 안에 '어린이 승·하차 존 시범사업'을 통해 어린이 보행환경을 개선하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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