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손님 가득한 이마트
즉석식·한식 반찬 한가득
한인타운 근처인 롯데마트
기념·특산품 등 중점 판매

여행을 할 때는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이게 여행의 묘미지!'라며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생활은 다르다. 자고로 갖춰야 할 게 많다. 나 역시 베트남에 온 후 한동안 부족한 물건 채워넣기에 바빴다. 수건, 가위, 냄비 받침, 밥솥, 빨래통 등등.

그런데 한국 마트에 익숙한 탓인지 마트에서 물건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가령, 치즈, 요구르트가 있어 유제품 코너인 줄 알았는데 우유가 없다. 몇 구역을 지나니 우유 제품이 천장까지 쌓여 있다.

문득 호찌민에 있는 한국 대형마트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집에서 각각 차로 30분이 걸리지만 장 볼 겸, 구경할 겸 가보기로 했다.

▲ 이마트는 2015년 호찌민 고밥 지역에 베트남 1호점을 열었다. /김해수 기자
▲ 이마트는 2015년 호찌민 고밥 지역에 베트남 1호점을 열었다. /김해수 기자

◇'금강산도 식후경형' 이마트 = 먼저 이마트 고밥점을 찾았다. 베트남 첫 관광지가 이마트라니. 나도 황당하다. 압도적으로 큰 노란색 로고가 멀리서도 훤히 눈에 띄었다. 건물 맞은편 넓디넓은 주차장을 빼곡히 채운 오토바이가 아니었다면 한국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마트 고밥점은 2015년 12월 문을 연 베트남 1호점으로 2층 규모다. 고밥점은 지난해 진출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마트는 고밥점 선전에 힘입어 올해 2호점 개점을 계획하고 있다.

자동문을 지나자 식당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풍긴다. 그 옆으로 스타벅스,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줄지어 있다. 한국식 핫도그 가게 앞에는 송중기 오빠가 서있다. 비록 선간판이지만 이마트 로고를 봤을 때보다 더 반갑다.

본격적인 마트 탐방에 나섰다. 입구에서 직원이 내 가방을 봉인하는 사이 안쪽을 보니 즉석 음식을 팔고 있다. 암,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명당'은 쇠고기 김밥, 참치 김밥 등 각종 김밥이 차지하고 있었다. 치킨도 보인다.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다양한 떡볶이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빨간 떡볶이, 국물 떡볶이, 짜장 떡볶이, 간장 떡볶이 등등. 떡볶이 종류가 이렇게 많았나.

▲ 이마트 고밥점에서는 다양한 한식을 맛볼 수 있다. /김해수 기자
▲ 이마트 고밥점에서는 다양한 한식을 맛볼 수 있다. /김해수 기자

구입한 음식을 바로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다. 한쪽에는 일회용 수저와 이쑤시개 등이 배치돼 있다. 무료다. 메뉴 대부분이 한식이었음에도 현지 손님들이 테이블을 꽉 채우고 있었다.

신선품 코너를 지나 식료품 코너 쪽으로 가니 김부각과 쌀과자가 보인다. 한국 푸드존이다. 쌀 음료 아침햇살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건 한국에서도 본 적 없는 풍경인데. 익숙한 노란 봉지가 빼곡한 한쪽 편에는 가성비 갑으로 유명한 버터쿠키 등 노브랜드 과자가 진열돼 있다.

생활 잡화, 가전 코너까지 둘러본 후 마트에서 나왔다. 2층은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 등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키즈클럽과 오락실, 식당, 카페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온 가족이 여가를 보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은 2008년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베트남에 문을 열었다./김해수 기자
▲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은 2008년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베트남에 문을 열었다./김해수 기자

◇'관광객 안성맞춤형' 롯데마트 = 롯데마트는 유통업체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롯데마트는 이마트 고밥점보다 7년 앞선 2008년 12월 남사이공점을 열었다. 지난 2월 문을 연 하노이 '꺼우저이점'까지 현재 베트남 전역에 롯데마트 14개 점이 있다. 호찌민에도 네 곳이 있다. 유서깊은 1호점(남사이공점)을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경상남도 농산물 홍보관'이 있다. 창원중앙점이 아닌데, 여긴 어쩐 일로. 당황한 마음을 뒤로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중앙에는 보석매장 5~6곳이 나란히 있다. 내 발길이 자꾸만 한쪽으로 쏠리고 눈빛이 반짝거리니 남편이 걸음을 재촉한다.

남사이공점은 3층 규모로 1층에는 보석매장 외 엔제리너스 등 카페와 의류매장, 마트가 입점해 있다. 마트는 2층까지 이어진다. 마트 공간을 제외한 2~3층에는 식당가와 영화관, 볼링장, 문화센터 등이 있다.

1층 마트 입구를 지나니 커다란 수족관이 보인다. 귀여운 바닷가재들이 헤엄치고 있다. 몇 시간 후 그들의 운명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정면에 있는 농수산물 코너를 지나 왼쪽으로 쭉 가면 곧 빵집과 즉석 음식 판매대가 나온다. 끝 지점에 다다르니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식사 공간이 있다. 무료 수저, 소스도 있다. 1층에는 다른 매장이 많아 마트 면적이 크지 않다. 대신 2층이 있다.

▲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2층에 있는 한국 음식 브랜드관. /김해수 기자
▲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2층에 있는 한국 음식 브랜드관. /김해수 기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제일 먼저 한국 제품관이 우리를 맞았다. 특색 있는 제품을 별도 공간에 진열했다는 점이 색다르다. 예를 들어 달랏지역 생산 제품 전시관을 운영하고, 커피, 꿀, 코코넛오일, 말린 과일 등 기념품으로 구입하기 좋은 제품을 한 공간에 모았다.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스러운 쇼핑을 할 수 있겠다.

◇위치에 따라 다른 특징들 = 독특한 점은 두 마트 모두 전형적인 마트 역할에 집중하기보다 복합쇼핑몰 형태를 띠고 있다. 또 자사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마트 PB 브랜드 '노브랜드' 제품은 과자뿐 아니라 전기포트, 휴대용 가스레인지 등 600여 종에 이른다. 롯데마트는 아예 1층에 자사 브랜드 홍보관을 운영하며 '초이스 L'을 알리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가장 큰 차이는 위치다. 이마트가 입점한 3군 고밥 지역은 외국인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 로컬 중의 로컬이다. 방문한 날 인파에 밀려다닐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인을 포함해 외국인은 한 명도 못 봤다. 반면 롯데마트가 있는 7군 푸미흥은 '한인 타운'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마트를 둘러보는 내내 한국인을 볼 수 있었다. 카트에 말린 망고, 다람쥐똥 커피 등을 가득 담은 한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는 베트남 특산품 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해수 기자
▲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는 베트남 특산품 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해수 기자
▲ 이마트 건물 맞은편 주차장 모습. 빽빽하게 주차해 있는 오토바이가 이마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김해수 기자
▲ 이마트 건물 맞은편 주차장 모습. 빽빽하게 주차해 있는 오토바이가 이마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김해수 기자

이런 특징은 제품 구성에서도 차이를 만들었다. 먼저 이마트는 한식당이 거의 없는 지역인 만큼 현지인들이 한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즉석 음식뿐 아니라 반찬도 한식 메뉴를 많이 팔고 있다. 배추김치는 기본이고 깍두기, 오이소박이, 멸치볶음, 깻잎 장아찌, 잡채 등 마치 한국 반찬가게를 옮겨놓은 듯했다.

반면 롯데마트는 즉석 음식이나 반찬 코너의 한식 비중이 이마트보다 적다. 푸미흥에는 롯데마트가 아니라도 한식을 맛볼 수 있는 많은 한식당과 반찬가게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롯데마트는 꽤 넓은 면적을 할애해 기념품으로 구입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소포장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트는 실용적인 대용량 제품이 주를 이뤘다.

결론은 베트남 현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이마트로, 기념품이 필요하다면 롯데마트로 가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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