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년 앞두고 교직 떠나
조직생활 졸업 '한가로움'

"이건 제 귀거래사(歸去來辭)입니다."

시집 <아이야! 저기 솜사탕 하나 집어줄까?>(수우당, 2019년 5월)를 건네주면서 성선경(59) 시인이 한 말이다.

일찍이 귀거래사를 가장 먼저 쓴 도연명은 관직을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편안하게 지내는 모습을 노래했다. 이후 귀거래사는 벼슬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으레 한 번씩은 써보는 시가 됐다.

열한 번째 시집에 이르러서야 귀거래사를 내놓은 성 시인. 그가 돌아간 곳은 고향이 아니다.

"제가 교직생활을 30년 했는데 정년을 6년 남겨두고 사표를 썼어요. 저의 귀거래는 조직 생활을 벗어나 자연인으로 돌아온 겁니다."

새 시집은 1부와 2부로 구성됐는데, 1부에 실린 31수에 귀거래 이후 그의 생활이 담겨 있다.

▲ 〈아이야! 저기 솜사탕 하나 집어줄까?〉성선경 지음.
▲ 〈아이야! 저기 솜사탕 하나 집어줄까?〉성선경 지음.

"돈을 벌지 않으니 돈 쓸 일이 없어/천 원 생기면 천 원짜리 꽃화분 하나/ 이천 원이 생기면 이천 원짜리 꽃화분 하나/ 꽃화분들은 돈이 없어도 물만 주면/ 꽃을 피워, 이제 그만 피겠지, 물만 주면/ 또 꽃을 피워 물조루를 들게 하고/ 이제는 그만 피겠지 물을 주면/ 또 피워, 서른 한 개의 꽃화분이 돌아가며/ 꽃 피워 나는 돈도 벌지 않는데 바빠" ('꽃화분이 서른 한 개' 중에서)

"아내는 이른 아침 출근을 하고/ 나는 늦은 아침 차를 달이네." ('청향은 잔에 지고' 중에서)

"늦은 설거지를 끝낸 나는 곧장 산으로 오르네." ('달 가린 구름을 지우듯' 중에서)

그런데 1부에서 한두 시를 빼고는 죄다 비슷한 형식이어서 마치 연작 같은 느낌이 든다. 툭 던지는 첫 행, 산문시 모양새를 한 둘째 행, 그리고 드문드문 생각을 흘려 놓은 3, 4행. 형식을 일치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시를 짓는데 여유 있을 자신이 있다는 뜻이리라.

2부에 실린 31수는 그가 퇴직하기 전 귀거래를 준비하며 지은 것이다.

"저는 사실 시인인데 조직 생활이 많이 힘들더라고요. 일찍부터 귀거래를 생각하고 그때가 오기를 기다렸지요."

시인의 말처럼 어떤 조급함, 예컨대 아무리 생각해도 여지없는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과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묵묵한 생각이 스며 있다.

"살면서 이게 미끼인줄 알고도/ 덥석 바늘 채 삼킬 수 있어야 대물(大物)// 그저 미끼만 따먹고/ 제 깜냥엔/ 스스로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조무래기 잔챙이// 이게 운명인줄 알아서/ 제 발로 스스로/ 불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때// 그제야 지척에서 보이는/ 호박잎 다섯 장/ 지천명(知天命)" ('호박잎 다섯장 - 지천명' 전문)

이번 시집에서 제일 볼만 하고 재밌는 게 프로필 사진과 머리말이라며 능청을 떠는 시인의 얼굴에서 한층 넉넉해진 웃음이 탁하고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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