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관된 화해 강조
"강제징용 책임도 나누자"
일본은 거부 의사 뚜렷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국 정부가 최근 강제징용 배상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측에 내놓은 제안이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의 해결방안은 당사자들 간의 화해가 이루어지도록 하면서 한일관계도 한 걸음 나아가게 하도록 하는 조치"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일본 전범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책임을 인정한 이후 문 대통령이 정부가 마련한 해법을 직접 언급하면서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가 이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지만, 문 대통령은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최악으로 치닫는 양국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일본 측에 재고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지난 19일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자발적인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하면, 이를 강제징용 확정판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로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 측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참여기업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일본에서는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한국에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익을 본 포스코(옛 포항제철)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3건의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일본제철이 4억 원(1건), 미쓰비시중공업이 9억 6000만 원(2건) 등 13억 6000만 원의 배상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 밖에도 후지코시, 히타치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7건의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부담하는 위자료는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확정받은 이들에게만 지급되며,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외교부의 구상이다.

과거 강제징용을 했던 일본 기업과 일본의 청구권 자금으로 성장한 한국기업이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을 나눠짐으로써 어느 일방의 잘못만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셈이다.

그러나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한국 외교부의 발표 당일 일본 기자들에게 "국제법 위반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므로 일본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국 측에) 말씀드렸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처럼 일본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보상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이 받은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는 한국 정부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엄밀히 존재했던 불행했던 역사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과거사 문제로 미래지향적 협력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려면 양국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애초 지난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 문제를 포함한 양국 현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회담 개최는 물 건너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오사카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고 밝히며 "우리로서는 항상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일본은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21일로 예상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면 정치적으로 부담이 덜어지는 만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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