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날씨변화 넘어 심각한 기후변화
산업화 사회구조 아닌 생태계 구조 돼야

감자를 수확했다. 작년보다 감자의 크기와 수확량이 적었다. 작물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파종날짜를 작년과 다르게 해야 한다. 날씨의 변화로 심고 거두는 시기가 달라져야 하고 농사법도 조금씩 수정해야 한다. 이제 기후변화의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기후변화를 예전보다 폭염이 더 심하고 비가 좀 덜 오는 것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기후변화는 날씨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명이 존재하는 모든 환경의 변화를 말한다. 전 세계에서는 이전에 없던 자연현상들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과 생태계 문제는 이제 우리 삶의 직접적인 문제이다. 이것은 인간 환경의 문제이다. 인간 환경이란 인간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요인을 말한다. 인간 환경이 아주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것에 대한 인식의 부재이다. 그리고 모든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심에는 자본이 있다.

생태 환경이 일회용을 좀 덜 쓰고 전기와 기름을 아껴 쓰는 정도로는 해결될 수 없는 심각한 단계에 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본주의 구조에 따른 불균형은 생태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 세상과 자연을 파악하고 이용하는 근대적 세계관으로는 지구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앞으로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로 크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량생산, 소비, 폐기의 구조에 따라 농업도 산업농만 살아남게 되어 있다. 산업농은 생명의 가치보다는 자본의 가치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나의 밥상을 차리는 주체가 누구인가? 이미 그 중심에는 '나'라는 주체는 빠져있고 이 역시 자본의 논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때문에 식자재를 좀 더 싸게 구입해서 차려내는 밥상을 원할 것이다.

농사와 인문 활동으로 평생 시골살이를 하신 목사님이 도시에서 '음식과 생명'에 관련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한 끼니를 굶더라도 좋은 식자재를 선택하는 것이 내가 살고 생명을 살리는 삶이라고 일러주셨다. 내가 무엇을 선택하여 먹을지를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삶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본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생각해 보자. 대량생산을 위한 산업농의 농법은 땅을 살릴 수 없다. 종자는 유전자 조작되어 종자권을 잃은 지 오래다. 토박이 씨앗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 매년 종잣값이 올라가고 있다. 열매를 잘 맺으려면 꽃가루 매개자들이 있어야 한다. 매개자인 벌들의 개체 수도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소농으로 농사지을 농민들도 사라지고 있다.

땅·종자·태양·물·농부의 유기적인 관계와 활동을 통해 또 하나의 생명이 이 세상에 오게 된다. 하지만 유기적 관계망은 이미 깨어졌고 모두가 자본의 이해관계 구조에 갇혀버렸다. 깨어진 관계망은 순환과 소통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이런 구조 안에 인간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산업화구조에서 생태계 구조로 변화되어야 한다. 생명의 순환 고리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땅·씨앗·물·농민 그리고 우리의 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할 생명임을 알아야 한다. 땅과 종자가 사적 재산으로 갇혀 있지 않고 생명의 원천으로 공공재의 종자로 바뀌어야 한다. 소농 중심으로, 자본 중심의 특용 작물이 아닌 다양한 작물이 경작되어야 생태적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농부들이 씨앗과 땅을 생명의 가치로 지켜갈 수 있도록 모든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