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선수간 충돌 빈번
무너진 멘털로 기력 상실
구단 새인물 찾기에 골몰
내부 자존감 회복이 우선

지난 12일 춘천 송암스포츠파크에서 열린 강원FC와 경남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21라운드 경기. 경남은 김종진의 올 시즌 첫 골로 리드하던 경기를 지켜내지 못하고 1-2 역전패를 당했다.

◇멘털 관리 = 경남의 부진은 감독 전술, 교체 타이밍 등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의 '멘털'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김종부 감독이 경남에 부임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선수단의 멘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었다. 팀 해체 위기까지 겪었고, 거의 '바닥' 수준까지 떨어진 팀 성적과 선수단 운영 등 선수들은 여차하면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 운동장에 들어가서도 투지나 승부욕보다는 '면피'만 생각하는 선수단으로는 반전을 이뤄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멘털'을 입에 달고살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의 '멘털'은 '헝그리 정신'에 가까웠다. '지금 우리가 비록 힘겹고 어렵지만, 언제는 우리가 편하고 쉬웠던 적이 있나. 이걸 이겨내야 비로소 좋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수들의 정신을 다잡는 데 효과적이었다. 더구나 김 감독 부임 이후 팀은 상승가도를 달렸다. 무기력하고 패배감에 빠져 있었는데 정신을 다잡고 힘껏 움직이니 좋은 성과가 나왔고, 선수들도 '아, 우리도 하면 되는구나' 자각하고 더 강하게 뭉치면서 시너지를 거둘 수 있었다.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는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헝그리맨'이 경남의 주축이었다면 올해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무대에서 활약할 꿈을 꾸는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들에게 ACL 16강 토너먼트 탈락은 경남에서 뛰게 할 동력 상실과 통했다.

◇되풀이되는 '울화' = 지난 4월 13일 경남과 상주상무 경기. 이날 경기에서 심판 판정 등에 불만이 있을 수 있었던 조던 머치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퇴장을 당했다. 이 일로 연맹의 500만 원 제재금도 부과받았다. 이게 머치가 경남을 떠난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머치에게 뒷발로 가슴과 턱을 가격당한 이규성이 먼저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다고는 하지만 머치의 이런 행동이 용납될 수는 없다. ACL을 보고 경남에 왔던 머치가 ACL 16강 탈락이 가시화되자 스스로 쌓인 울분을 컨트롤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볼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지난 12일 강원전 후반 14분. 강원의 위력적인 공세에 수비수 최재수가 헤더로 걷어낸 공이 경남 골문으로 향하는 듯했지만 다행히 이 공은 골문을 벗어났다. 최재수는 주저앉아 경남 수문장 이범수에게 굉장히 화를 내면서 고함을 질렀다. 중계화면에는 비치지 않았지만 이범수가 최재수에게 화를 먼저 냈다고 현장을 지켜봤던 사람들이 전했다. 경기장에서 같은 팀 선수들이 서로 화도 낼 수 있고 다툴 수도 있지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인 48분, 경남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강원 이현식이 하성민에게 파울을 당했다고 주저앉아 어필했다. 그러자 하성민이 주먹을 쥐고 이현식을 때릴 듯이 달려들었다.

지난 12일 춘천 송암스포츠파크에서 열린 경남FC와 강원FC 경기에서 1-2 역전패를 당한 경남FC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지난 12일 춘천 송암스포츠파크에서 열린 경남FC와 강원FC 경기에서 1-2 역전패를 당한 경남FC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적극적인 구단 역할 필요 = 아무리 축구가 '신사적인 운동'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금 경남 선수들의 '울화'는 스스로 해결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승리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연승 행진을 이어가다보면 대부분 해결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3월 30일 이후 '1승'을 거두지 못하는 경남 선수단에 '연승'으로 치유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상황이 이런데도 구단 어느 누구도 선수들이 부닥치고 있는 이런 울화에는 관심을 기울일 여력도 없어보인다. 아니면 관심이 없거나.

조기호 대표이사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자금 사정을 컨트롤하느라 정신 없고, 김종부 감독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일부의 '경질' 요구에 상황을 타개할 전술을 고민하면서 이적시장에서 필요한 선수를 어떻게 영입할까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코치진은 책임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으면서도 선수단에는 무서운 '선생님'으로 남고 싶어 한다. 프런트는 이런 힘 관계에 끼어들 생각도 의지도 갖지 못하고 있다.

지금 선수단에 필요한 건 '힐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상담사를 불러 강연이나 상담으로 선수들의 '울화'를 다스려 평정심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근 넉 달 동안 리그에서 이겨본 기억이 없는 선수들을 위로하고 마음의 상처를 다독일 필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새로운 멤버가 합류한다고 이미 찢기고 부서진 자신감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지금 선수들의 자존감, 멘털을 다잡는 데 구단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선수들은 구단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인만 보내줘도 자력갱생할 힘을 얻기도 한다. 새 선수 합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판을 뒤집기에는 지금 경남이 너무 무기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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