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 녹조에도 상류는 농업용수 보전만
정부 적기 놓치면 회복할 수 없는 길로

낙동강 불청객 녹조가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출몰하여 1000만 수역 식수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고 있다. 지난달 창녕함안보 구간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된 데 이어 그보다 조금 더 위쪽인 강정고령보로 범위가 넓어졌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안전하다던 중류에도 녹조대가 번질 뿐만 아니라 대개 둔치와 맞물린 가장자리나 물살이 느린 굽이진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예년의 모습과는 달리 올해는 강 가운데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여 심각성을 더한다. 창원시민의 식수원인 칠서취수장은 남조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경계단계의 수준에 버금가는 상수원 수질대책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4대 강 사업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온 낙동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사회적 화두는 첫째 물은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둘째 그런 목표를 관철하기 위한 최대공약수가 보의 해체 내지 수문 완전개방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실제 금강은 보 개방 이후 남조류 발생이 거의 저지되는 현상을 보여 결국 강을 되살리는 첩경이 보의 유무 또는 유속과 연동되어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게 한다. 그러나 8개의 보가 촘촘히 들어선 낙동강은 얘기가 다르다. 상류 쪽인 달성·예천·상주·구미·성주 지역은 보를 개방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 때문에 물의 흐름은 여전히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하는 데다 수량도 많지 않아 부분개방으로 유해남조류 발생을 완화해온 창녕함안보나 합천창녕보의 기능은 그로써 별로 쓸모가 없게 됐다. 하류는 수질이 나빠져 아우성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불안한 상류는 농업용수 챙기기에만 급급한 인상이 없지 않다. 경남의 환경단체들이 경북도청서 기자회견을 가져 경북권 지방자치단체들을 향해 보 수문을 열어줄 것을 하소연하는 배경이 공감되는 대목이다. 한 개의 강줄기에 의존해 살아가는 처지는 같으나 입장은 이처럼 다르다.

연례행사화한 녹조사태로 하류가 회복불가능한 지경이 된다면 상류쪽이라고 무사할 수만은 없다. 당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그 세력이 커지고 독성이 응집된다면 강의 전체 생태가 망가지는 것은 다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보에 갇힌 물을 원형 그대로 보전하고 싶은 농민이나 그 물을 자원화하는 데 열중하는 각급 자치단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정작 책임감을 갖고 상황을 타개해야 할 정부 관련 기관은 모니터링 중이라는 말로 시간을 축내고 있다. 하류 지역의 환경지킴이들이 보를 열어 물을 흘려보내라고 간청해봐야 상류쪽 자치단체들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꿈쩍도 안 할 것이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합리적 이유다. 대책 수립에 필요할 만큼 충분한 시간은 아니라 하더라도 해마다 창궐하는 낙동강의 유독성 녹조라테를 체험하는 시간으로는 결코 부족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다려달라며 더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 적기를 놓치면 민족의 젖줄 낙동강은 영 회복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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