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시간·본인부담금 벽 높아
가구 특수성 반영 절실

아이를 키우는 '장애인 엄마'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 있을까? 출산·양육서비스 관련 법·제도는 비장애여성 중심이어서 장애인 엄마의 양육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낮다. 장애인 엄마들은 자신들의 특수성을 반영한 국가 차원의 양육지원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외치고 있다.

창원시 진해구에 사는 ㄱ(42) 씨는 보조기구 없이 혼자 걸을 수 없으며 컵을 들 수 없는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ㄱ 씨는 17살 딸과 5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ㄱ 씨는 "업체 서류 작업, 모니터링 활동 등 단기간 일을 구해 1년에 평균 9개월 일하고 있다. 일하고 돌아와 아들을 씻기고 밥 먹이는 기본적인 육아도 쉽지 않아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만 3개월 이상~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부모·장애부모·취업 한부모·다자녀 가정 등에 돌보미가 찾아가 아이를 돌보는 정부 지원제도다. 소득기준에 따라 나뉘는 가·나·다·라형에 따라 정부 지원(연 720시간)과 본인 부담금이 다르다.

ㄱ 씨는 '가'형으로 정부 지원(85%·8203원)이 많고 본인 부담(15%·시간당 1447원)이 가장 적지만, 월 17만~2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ㄱ 씨는 "평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주말(본인 부담 1.5배) 일이 있을 때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금도 자부담이 높은데, 720시간을 모두 소진했을 때 100% 자부담으로 돌보미를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다. 홀로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장애인 엄마의 특수성이 제도에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장애엄마 양육서비스 권리쟁취 궐기대회에 참석한 여성장애인들이
▲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장애엄마 양육서비스 권리쟁취 궐기대회에 참석한 여성장애인들이 "장애엄마의 특수성을 반영한 양육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이어 "출산 도우미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장애인 지원제도는 사용 기간과 시간을 정해 놓고 틀에 맞춰 활동하고 살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지원해야 하지만, 제도가 촘촘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는 지난 5월 8일부터 장애인 엄마의 보편적 양육 권리 쟁취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과 1인 시위를 서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1000여 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박지주 대표는 "아이돌보미 지원 시간은 연 720시간(하루 2시간)밖에 사용할 수 없어 신체·정신장애가 심한 중증장애 엄마에게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또 장애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과 소득 수준은 비장애여성보다 낮은데 반해 자부담은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장애부모 가정의 자부담을 폐지하고 특수성을 반영해 이용시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여성이 비장애여성보다 신체·정신적 장애, 사회적 억압에 의해 재생산적 자유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양육지원서비스는 이를 보장해주는 사회공공재이다. 양육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 부모 행복 추구를 위함이며, 자녀도 질 높은 양육환경 제공에 따른 안전과 행복한 양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 장애인 251만 1051명 중 여성은 42.8%, 만 18세 이상의 장애인 중 84.6%는 혼인 경험이 있다. 장애 여성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임신·출산 관련 정보 제공(16%), 자녀 양육지원 서비스(13.2%), 활동지원서비스(10.1%), 출산비용 지원(9.1%)의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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