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590원·3번째 최저인상률
문재인 정부 '1만 원 공약'무산
노동계 "총파업 등 전면 투쟁"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2.87%(시급 240원) 인상 결정에 대해 '사실상 삭감' 수준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년 연속 두자릿수를 올렸으나 내년엔 최저임금 시급 240원 인상한 859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2.87% 인상률이다.

노동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물가상승률 합계에도 미치지 못해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2.5%, 물가상승률 1.1%를 전망했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12일 새벽까지 전원회의를 했다. 이날 노동자 위원들이 6.3%를 올려 제시한 8880원과 사용자 위원들이 내놓은 8590원을 표결에 부쳐 15 대 11(기권 1)로 사용자안이 채택됐다. 8590원은 올해 8350원에서 240원(인상률 2.87%) 오른 금액이다. 월급(한 달 209시간) 기준으로는 올해 174만 5150원에서 5만 160원 오른 179만 5310원이 된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등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2018년), 10.9%(2019년)를 보였으나 2020년에는 2.87%로 급락했다. 이는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 9월∼1999년 8월 치에 적용된 2.7%,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치에 적용된 2.75%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위는 2.87% 인상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137만∼415만 명(영향률 8.6∼20.7%)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나아진 것으로 나타난 저임금 노동자의 상황이 내년에는 다시 나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최저임금 대폭 인상 영향으로 중위 임금의 3분의 2 아래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2018년 6월 처음으로 20%대 아래로 내려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각종 복리후생비를 넣는 산입범위를 확대해 '줬다 빼앗는 최저임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복리후생비 등의 최저임금 인정 비율은 해마다 늘어 2024년엔 전액이 해당된다. 최저임금 상승률 반감 효과가 커지는 것이다.

최저임금위가 이번 최저임금 결정 후 산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도 비판 대상이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내년도 최저임금 산출 근거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사용자 측에 요청하라"고 답했다.

내년 최저임금이 표결을 통해 사용자안을 채택한 결과인 만큼, 산출 근거를 설명해야 했지만 사용자위원들은 입장문에서 "2.87%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인상되고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어선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초래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 외에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저임금위가 지난해 10.9% 인상안 발표 후 △임금 인상 전망치 3.8%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고려한 보전분 1.0% △노사 양측의 주장 등을 반영한 '협상 배려분' 1.2% △소득분배 개선분 4.9% 등을 합해 결과를 도출했다는 내용을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안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도 파악하지 못한 채 사용자안과 노동자안을 놓고 표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을 통한 양극화 해소, 노동존중사회 실현도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18일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도 "2.87% 인상은 소득주도성장 폐기 선언"이라며 "최소한 기대조차 짓밟혀 분노한 저임금 노동자와 함께 노동개악 분쇄를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