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성 합천경찰서 삼가파출소장

한국말이 서툴고, 맞을 짓을 해서 때렸다…. 얼마 전 전남 영암군에서 한국인 ㄱ(36) 씨가 2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ㄴ(30) 씨를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여 국민적 공분은 물론 베트남 현지 언론에서도 한국인 남성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ㄴ씨가 남편에게 많이 맞았는데 한국말을 잘 못해서 내가 대신 신고했다"며 도움을 준 지인이 없었다면 그 고통은 외부로 알려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결혼이민자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여성은 13만 2391명이다. 그런데 결혼이주여성들의 10명 중 4명, 42%가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지난 10년간 폭력 살해를 당한 여성이 21명이라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이주민 정책이 정말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사실상 매매혼으로 이주한 타국 여성들은 배우자의 특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해 일종의 페널티를 가지고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데다가 현행법상 결혼 초기 비자 연장 등을 신청하려면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요하다는 점은 결혼이주여성들이 남편의 폭력에 제도적으로 노출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무차별 폭력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정폭력 조기발견 및 지원시스템 구축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므로 우리 경찰에서는 지난달 1일께부터 현장종결 관행개선 등 적극적이고 엄정한 처벌을 위해 가정폭력 단계별 대응 모델을 추진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정폭력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 책임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가정폭력을 비롯한 인권 침해로 고통 받는 이주여성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 특별한 연고 없이 좁은 사회관계망 속에 갇혀 있는 이주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며 공감하는 이웃 애(愛)를 발휘할 때이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야말로 이주여성들을 가정폭력이라는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희망의 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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