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행동학자 극지연구소 생활 일기로 담아

올여름은 '심상찮다'는 뉴스와 함께 시작을 알렸다. 5월 중순부터 30도를 넘는 날이 생겼고, 역대 가장 빠른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일대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이 더위를 어떻게 날지도 고민이지만, 매년 경신되고 있는 폭염 소식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걱정을 더욱 짙게 한다.

어디 사람뿐이랴. 이유도 모른 채 살 곳을 빼앗기고 굶주려야 하는 동물들은 온난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정확히 지구 반대편에 사는 남극 펭귄들의 여름나기에 관심이 쏠린 것은 호기심 반, 걱정 반이었다.

<펭귄의 여름>(2019)은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이원영 동물행동학자가 지난 2017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남극의 여름을 찾아 펭귄을 관찰하고 교감한 이야기를 일기로 담았다.

"실제 남극에서 만난 펭귄은 귀여워도 너무 귀여웠다. 커다란 눈, 검은 등에 하얀 배, 분홍 발로 뒤뚱거리며 눈 위를 걷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연구대상이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사랑스러운 남극의 동물로 느껴진다. 그렇게 매일 펭귄을 바라보다가 그만 펭귄이 너무 좋아졌다."

프롤로그부터 펭귄에 대한 진한 사랑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일기는 펭귄에 대한 애정과 걱정, 미안함과 함께 연구원으로서의 사명감이 묻어있다.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것만으로 '여름'과 '따뜻하다'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곳, 남극에 대해 저자는 영상 3도까지 올라간 '더운' 오후가 되면 펭귄은 혀를 내밀고 숨을 헐떡인다고 묘사한다.

남극에 여름이 오면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5000여 쌍은 펭귄번식지 킹조지 섬의 나레브스키 포인트, 펭귄 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 부지런히 둥지를 만들고 알을 부화해 새끼를 키운다.

저자가 머문 43일. 그 짧은 기간이 펭귄에게는 알에서 깨어나 둥지에 나오고 '보육원'에 들어가기까지 충분한 시간이다. 새끼 펭귄의 성장에는 낮이고 밤이고 분주히 바다로 나가 먹이를 잡아오는 부모 펭귄이 있다.

▲ 〈펭귄의 여름〉이원영 지음.
▲ 〈펭귄의 여름〉이원영 지음.

"자정이 지났지만 펭귄 둥지는 여전히 분주하다. 한밤중에도 바다에서 돌아와 새끼에게 먹이를 준다. 지금 바다로 나가는 녀석들도 보인다.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펭귄을 생각한다. 매일 새끼에게 먹일 크릴을 찾아 나서지만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표범물범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그래도 바다로 나서기를 반복한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에도 같은 자리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153쪽)

펭귄들이 어디서 먹이를 찾고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알기 위해 저자는 건강한 펭귄을 골라 그들의 몸에 위치기록계를 매단다. 펭귄의 무게를 재고 날개 안쪽 정맥혈에 바늘을 꽂아 혈액을 채취한다. 이 과정에서 펭귄의 분변을 뒤집어쓰고, 날개에 맞아 진한 보라색 멍이 생기기도 하지만 저자는 혹여나 그들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인간이 만든 기계를 매단 펭귄이 돌아오지 않으면 자신 때문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과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다.

"마리아 소만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최근 50년 사이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중략) 남극의 여름 동안 피낭동물과 크릴이 죽은 채 해안으로 떠밀려 오는 일이 빈번했다. 특히 죽은 크릴의 위를 분석해보니 커다란 입자들이 많았다. 빙하가 녹으면서 흘러내린 물이 계곡을 이루며 빠르게 해수로 유입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작은 토양입자들이 바다로 흘러들어 크릴 등에게 영향을 끼쳤을 거라로 추측하고 있다. 크릴은 남극 해양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동물이며 펭귄과 고래의 주요 먹이이기도 하다. 만약 크릴이 대규모로 죽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면 펭귄의 생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144쪽)

이 책을 읽고 나면 펭귄을 열렬히 사랑하게 될지 모르겠다. 더불어 펭귄도 인간도 함께 살아갈 지구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생각의 힘, 251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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