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약물·노화…원인 다양
신생아도 청력 선별검사 필요
중이염 지속 땐 청력저하 유발
청소년·청년 소음환경 유의해야
노인성엔 가족·주변인 도움 절실
소리증폭기, 보청기 전 단계 착용

"난청은 60대 노인의 30%, 70대의 60%가 호소할 정도로 흔한 증상입니다. 또 나이 든 사람만 겪는 것도 아닙니다. 고령화에 따라 난청 환자는 더 늘어날 겁니다.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치료가 중요합니다."

삼성창원병원 홍성화 병원장은 난청과 인공와우 수술 권위자로 꼽히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이다.

홍 병원장은 인터뷰에서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난청에 대해 조언했다.

▲ 홍성화 삼성창원병원장이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난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홍성화 삼성창원병원장이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난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신생아 난청

난청은 청력이 저하되거나 소실된 상태를 말한다.

보통은 소음이나 노화가 난청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신생아 난청.

홍 병원장은 "신생아도 1000명 중 4~6명이 난청을 앓고 있다. 100점을 기준으로 할 때 80~90점 정도로 조금 안 들리는 경도 난청도 있지만, 10~20점 정도로 거의 안 들리는 아이도 있다"며 "정상적인 언어 발달이 어려운 중·고도 난청을 지닌 신생아 2~3명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신생아의 청력 선별검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생아 때 시작되는 언어 습득과 학습 능력의 발달은 청력과 관련이 깊다. 중등도 또는 경도의 난청이라도 언어와 인지발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홍 병원장은 "미국은 신생아가 태어나면 법적으로 청력선별검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청력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이다"며 "우리나라도 요즘은 병원에서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니 퇴원 전 신생아 청력선별검사를 하고 있다. 보통은 퇴원 전, 늦어도 생후 한 달 이내 선별검사를 마무리해서, 이상 소견이 보이면 생후 3개월 이내 정밀검사를 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정밀 검사를 하면 청력이 어느 정도 나쁜지 파악할 수 있는데, 그 결과에 맞춰 보청기나 인공와우 수술을 권한다.

조기 진단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많은 경우 정상아동 수준에 가까운 언어·인지 발달을 이룰 수 있으므로 재활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 홍성화 삼성창원병원장이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난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홍성화 삼성창원병원장이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난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유아기·초등학생 난청

유아나 초등학생의 난청은 고막 안쪽으로 물이나 고름이 차는 삼출성 중이염 혹은 급성 중이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중이염은 주로 감기에 의해 생긴다. 따라서 감기를 자주 앓는 아이가 텔레비전을 가까이 보거나 소리를 높여 보는 경우 또는 큰 소리로 말해야만 알아듣는 경우에는 한 번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홍 병원장은 "삼출성 중이염은 특별한 치료 없이 관찰하면서 자연 치유되기를 기다릴 수도 있지만,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고막을 절개하고 환기관을 넣어 주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반면, 급성 중이염은 일정 기간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여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삼출성 중이염과 급성 중이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일부에서 고막 천공이 생기고 지속적인 이루를 보이는 만성중이염으로 이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대부분 약물치료만으로는 완치가 어렵고, 고막 천공의 자연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중이 내의 염증 제거, 청력의 보존 및 개선, 합병증 예방을 위해 수술적 치료를 권한다.

◇청소년·청년의 난청

청소년과 청년층은 환경에 의한 난청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소음. 이어폰이나 작업장 등의 소음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생길 수 있다.

항암제나 일부 항생제와 같은 약을 장기 사용해도 이독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

홍 병원장은 "소음성 난청은 대개 내이라는 속귀 센서가 나빠진 것이라 수술이나 약물로 정상화시킬 수가 없다. 보청기 착용이나 삽입형 보청기라는 중이 수술을 해야 한다"며 "귀 건강을 위해서는 이어폰을 사용할 때 소리를 크게 키우지 않고, 소음이 심한 작업장이라면 귀마개를 해야 한다"고 권했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에 따라 청력이 점점 악화되는 것으로, 성인 난청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이다.

2013~2014년 미국에서 진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50대 15%, 60대 31%, 70대 63%가 난청이 있다.

홍 병원장은 "우리나라는 이보다 수치가 작게 나타난다. 이로 미뤄 국내 고령자 중에는 난청을 앓으면서도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한 사례가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홍성화 삼성창원병원장이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난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홍성화 삼성창원병원장이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난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노인성 난청

노인성 난청은 노화에 의한 내이의 퇴행과 함께 소음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 유전적인 인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난청의 정도와 종류도 다양하다.

노인성 난청과 연관된 요인으로 알려진 것이 젊은 시절에 소음에 많이 노출된 경우, 흡연과 과다한 음주, 이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의 사용, 당뇨와 같은 동반 질환, 유전인자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홍 병원장은 "노인성 난청이 있을 때 보청기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협조"라고 강조했다.

초기 노인성 난청의 특징은 조용한 곳에서 일반적인 대화를 나눌 때에는 큰 무리가 없으나 작은 소리로 대화할 때 약간의 어려움이 있으며 소음이 있는 곳에서 말을 알아듣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홍 병원장은 "난청이라고 해도 집에서 이야기를 천천히, 또박또박, 크게 해주면 잘 알아듣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아직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으므로 초기 노인성 난청 환자들은 가족들의 이런 노력으로 사회적 격리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리증폭기

이날 홍 병원장은 소리 증폭기 또는 음성 증폭기(PSAP·personal sound amplification device)에 대해 소개했다.

3년 전 홍 병원장이 삼성창원병원장으로 첫 취임 당시 했던 인터뷰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던 것이다.(홍 병원장은 올해 삼성창원병원장으로 연임했다.)

소리증폭기는 일종의 보청기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홍 병원장은 "미국에서는 보청기 한쪽에 3000달러, 즉 300만 원 이상 한다. 최근 특수보청기는 6000~8000달러에 이른다. 물론 이런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환자도 있지만, 대체로 미국에서도 보청기는 비싸다고 인식된다"며 "그래서 최근 나온 것이 소리증폭기라고 하는 공산품이다. 의료기기가 아니며, 300~400달러가량 한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소리증폭기가 많이 시판되고 있다.

홍 병원장은 "자신에게 맞는, 성능이 어느 정도 잘 알려진 소리증폭기를 먼저 착용하는 것도 도움될 수 있다. 그러고도 안 되면 보청기를 고려하면 된다"며 "소리를 듣기 위한 장치로는 소리증폭기, 보청기, 인공와우 등이 있는데, 어느 것이 적합한지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의해 소견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잘 만들어진 정품 소리증폭기는 보급형 보청기라는 기본 보청기와 비슷한 수준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값은 훨씬 저렴하다"며 "실제 청력이 아주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초기 난청 노인 환자들은 소리증폭기를 사용해도 보청기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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