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포크볼 연마해 큰 발전
장현식 과감한 투구 본받고파"
2020년부터 NC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게 될 마산용마고 투수 김태경(3학년)의 목표는 뚜렷하면서도 구체적이었다.
"최대한 빨리 1군 무대에서 KT 강백호 선수와 붙어보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손민한 NC다이노스 투수 코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지난 1일 발표된 2020 KBO 신인 1차 지명 결과를 두고 NC는 "김태경은 성실한 품성과 리더십을 갖춘 선수이자 다이노스 전통인 '끊임없는 도전'을 같이할 기대주"라며 강조한 바 있다.
NC 기대처럼 김태경은 188㎝의 큰 키에서 나오는, 140㎞ 중반대 속구와 슬라이더·커브·포크볼 구사 능력, 깔끔한 투구 동작 등이 돋보이는 투수다. 그를 직접 가르친 고교야구 감독·코치들은 '상대 타자와 정면 승부를 펼칠 줄 아는 선수이자 땅볼 유도 능력과 변화구 구사율도 좋은 선수'라고 덧붙이기도.
자신을 둘러싼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김태경은 지난달 마무리된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끄는 동시에 감투상까지 거머쥐며 성장 가능성을 뽐냈다.
아마야구 끝자락과 프로무대 첫걸음 사이, 김태경은 앞으로 또 어떤 방식으로 자신 가치를 높여가고 싶을까. 김태경 이야기를 들어봤다.
-1차 지명 축하한다. 연락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황금사자기 대회가 막 끝나고 나서 지명 결과를 통보받았다. 너무 기뻐 막 뛰어다녔다. 나보다 부모님이 더 좋아하신 것도 기억난다. '고생했다', '편하게 계속 야구를 하자'며 꼭 안아주셨는데, 그동안 많이 못 했던 효도를 한 듯해 정말 뿌듯했다."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부모님이 야구를 좋아하셨다. 그 덕에 어릴 때부터 부산 사직구장 등에 야구를 관람하러 많이 다녔다. 본격적으로 야구를 한 건 김해삼성초 4학년 때다. 6학년 때 키가 부쩍 컸는데, 당시 감독님을 비롯해 주변 분들이 나중에 투수를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기도 했다. 내동중으로 진학하고 나서 2학년 때 투수로 전향해 마운드에 서기 시작했다. 중학교 진학 시기가 마침 NC다이노스 창단과 겹쳤다. 그때부터 NC에 가고 싶다는 꿈을 키웠고 마산용마고에 진학해 그 꿈을 이어갔다. 내동중 재학 시절에는 마산야구장에 가서 볼보이를 하기도 했다."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남은 시즌 목표가 있다면?
"정말 기쁘면서도 아쉽다. 마산용마고가 아직 전국대회에서 우승컵 든 적이 없다 보니 아쉬움이 더 크다. 졸업까지 반년 정도가 남았는데 전국대회 우승에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0점대 방어율(올 시즌 김태경 방어율은 0.82)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올해 어떤 부분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나?
"조정훈 투수 코치께 포크볼을 배운 게 가장 뜻깊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나 결정구로 한 번씩 던질 수 있게 된 게 큰 발전이지 않나 싶다. 지난해 기복이 있었는데 반복적인 코어 밸런스·멘털 훈련으로 이를 다잡기도 했다. 선발 투수로서 투구 개수를 좀 더 늘릴 수 있게 됐고 같은 팀 포수 박민준과 호흡도 좋아졌다.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부산고에 패했었는데 올해 설욕할 수 있었던 것도 지난 훈련 성과가 아닌가 싶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뭔가?
"예전에는 슬라이더였는데 올해는 역시 포크볼이다. 단 부상 위험이 크다는 조언을 받은 터라 많이 던지진 않는다. 상대 타자를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나, 볼 카운트가 유리할 때 하나둘씩 섞어 던지고 있다."
-마운드에서 '싸움닭' 기질이 돋보인다는 평가도 받는다.
"상대 타자와의 기 싸움에서 절대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넣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기 때 오히려 강해지는 면도 있다.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평균 구속이 더 올라간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맞더라도 정면 승부를 하려고 늘 노력한다."
-남은 고교 시절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공을 던지기 전 왼쪽 어깨 쪽이 좀 빨리 빠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고개가 계속 돌아가기도 하고. 이 점만 바로잡아도 좋을 듯하다. 커터, 투심 구사도 더 연습해 볼 생각이다."
-프로무대에서 한 번쯤 상대하고 싶은 타자가 있다면? 또 NC 투수 중 인상깊게 본 투수는?
"강백호 선수. 고교 1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치는 걸 한 번 본 적이 있다. 정말 잘 치더라. 꼭 한 번 승부해 보고 싶다. 상대가 아니더라도 현재 같은 팀에서 뛰는 권태우·조제영은 프로 무대에서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서로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을 듯하다. NC 투수 중에는 장현식 선수를 본받고 싶다. 자신의 공을 믿고 과감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혹시 후회한 적이 있는가?
"한 번도 없다. 늘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 덕에 특별히 어려웠던 일도 방황했던 기억도 없다. 중학교 시절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며 상심을 되풀이한 적이 있다. 그때 아버지께서 '그런 모습은 안 좋은 모습이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멘털적인 부분을 가다듬으면 일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실어 준 적이 있다. 그 이후 걱정하는 습관을 버렸고 더 발전할 수 있었다."
-앞으로 다짐을 밝혀달라.
"1차 목표는 1군에 빨리 올라가는 것이다. 내 장점인 강심장과 제구력을 바탕으로 NC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 프로선수로서 세운 목표를 이뤄 팬들 성원에 보답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