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영어회화 수업시간이었다. 캐나다 출신 외국인 강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창원보다 마산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땐 공감이 안 됐다. 강사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창원은 어딜 가든 볼 수 있는 도시 모습이지만 마산은 아니다"며 "어시장과 굽이진 골목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후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도시를 오가고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나 또한 생각이 바뀌었다.

무미건조한 사람보다는 그 사람만의 매력이 돋보이는 사람이 좋고 어딜 가든 먹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음식보다는 향토음식을 먹는 게 좋다.

여행을 갔다와도 여운이 남는 것은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를 했을 때다.

경남지역 문화기획자 인터뷰를 기획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문화기획자는 지역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지역에서 재미난 일을 기획하고 사람들을 지역으로 끌어들인다. 지역에 맞는 옷이 무엇인지, 어떤 색이 어울릴지,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다양한 일들을 한다.

한 문화기획자는 "기획자 일을 하면서 지역을 더 알게 되고 지역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동의보감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한가지 풀만 먹고 자란 사슴 뿔은 한가지 병만 고칠 수 있고 스무 가지 서른 가지 풀을 먹는 사슴 뿔은 스무 가지 서른 가지 병을 고친다."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도 문화기획자의 일은 가치있다. 각 지역이 가지는 다름의 가치를 발현하고, 지역민과 소통하는 일들을 한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는 창의적인 사회로 가는 발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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