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토론회서 위험실태 지적
시설물 개선·예방시책 법제화

"쌩쌩 지나다니는 큰 차들에서 좀 떨어져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통학로가 있다면 친구들과 동생들과 편안하게 손잡고 얘기하며 학교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김민철·창원 월포초교 6학년)

"주차한 차 때문에 친구들이 길을 건너려고 건널목 앞에 서 있어도 차에 가려서 잘 안보여요. 3학년인 제 동생은 키가 큰 편인데도 겨우 보이고, 1학년은 아예 앞이 보이지 않아요."(강가은·창원 동부초교 5학년)

"어른들은 신호등을 건널 때 차를 운전하는 어른과 눈을 마주치면 차가 멈춰준다고, 차가 멈춰주면 걸어가라고 해요. 그런데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 어른들은 제가 아무리 쳐다봐도 멈춰주지 않아요."(김병준·창원 무동초교 5학년)

학생 3명은 9일 창원시의회에서 열린 '창원시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위험한 통학로 실태를 말했다.

지난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그린로드 대장정팀'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6개 학교(월포·진동·성호·무학·구산·반동초교) 통학로 보행환경 현장조사에서 확인한 보행로 미확보, 주차차량 문제, 안전시설물 미설치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홍표 창원시의원은 발제에서 '창원시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최근 10여 년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을 확대 지정하고 하드웨어(과속방지턱, 미끄럼방지시설, CCTV 등) 교통안전시설물 설치로 어린이 교통사고가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2.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4명보다 높다"며 조례를 제안한 이유를 설명했다.

▲ 창원시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9일 창원시의회에서 열렸다. 통학로 문제점을 발표한 (왼쪽부터) 창원무동초교 김병준·마산월포초교 김민철 군, 진해동부초교 강가은 양이 허성무 창원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 창원시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9일 창원시의회에서 열렸다. 통학로 문제점을 발표한 (왼쪽부터) 창원무동초교 김병준·마산월포초교 김민철 군, 진해동부초교 강가은 양이 허성무 창원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어린이 교통사고는 지난 2015년 719건(사망 3명), 2016년 608건(사망 4명), 2017년 606건(사망 3명), 2018년 523건(사망 1명), 올해 상반기 259건(사망 1명) 등 조금씩 줄고 있다. 스쿨존 사고도 2015년 31건(사망 0명), 2016년 19건(사망 1명), 2017년 20건(사망 0명), 2018년 15건(사망 0명), 올 상반기 10건(사망 0명) 등으로 감소세다.

전 의원은 통학로 안전조례를 제정해 △교통안전을 위한 각종 시설물 설치·개선, 교통예방 시책 마련 △실태조사로 학교 진입로, 보·차도 분리 등 개선 △교통안전교육 △스쿨존 공사 현장 교통안전관리계획 마련 등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용만 경남꿈키움중학교 교사는 '창원시 어린이보호구역 문제점과 개선방향' 발제에서 '내 아이뿐만 아니라 내 아이 친구까지 배려'하면서 스쿨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스쿨존 사고 대부분은 학부모에 의해서 일어난다. 아이들을 차로 태워주기 때문이다. 특히, 하교 시간은 천차만별이고 지켜봐 주는 사람이 적어서 더 위험하다"며 "아이들에게 내 친구까지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게 바른 교육이다. 내 아이 친구까지 다 행복하도록 안전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미현 마산중부경찰서 녹색어머니연합회장, 배윤주 통영시의원, 박기준 창원시정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원, 최승일 학교운영위원회 마산지역협의회장, 류재국 학교운영위원회 창원지역협의회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그린로드 대장정 실태조사를 보고 통학로 위험성을 알게 됐다. 통학로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토론회 내용이 조례안에 잘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린로드 대장정은 '안전하고 쾌적한 통학로 만들기'를 위해 지난 3월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 경남도민일보, 창원시, 창원시의회, 창원교육지원청, 경남도의회, 마산중부경찰서, 마산중부녹색어머니회, 마산YMCA, 창원마을공동체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애기똥풀, 경남대 등이 꾸린 지역사회 네트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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