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기록의 시작…기록은 성과 낳아
도정 회의, 부서 넘어 활발히 토론하자

지난 4일 서울 독립문 인근 서대문 형무소박물관에서 '유신의 심장을 쏘다'라는 제목의 부마항쟁 40주년 기념전시회가 열렸다. 형무소 공간의 복도 하나를 빌려서 기록물이 전시됐다. 그러나 유신의 심장을 쏘아 정치적·시민적 자유의 기틀을 놓은 부마항쟁의 기록은 초라하였다. 경찰, 군 당국, 항쟁에 참여한 인사들의 자료는 구하지 못했고, 재판기록과 언론자료에 의존하여 전시가 기획되었다. 기록이 없으니, 역사가 없다. 역사가 없으니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의 역사가 없고, 자부심이 없으니 그 소중함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

정부는 생활 SOC 복합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의 시군을 대상으로 돌봄, 문화, 건강체육, 마을 거점을 조성하려는 계획이다. 시군에 도서관을 건립하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마을의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의 전통을 기억하고, 이를 통해 마을의 정체성을 살린다. 또한 변화하는 사회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여 사회적응력을 높여준다. 과거의 사건과 미래에 일어날 일을 도서관의 정보소통과 학습을 통해 익힘으로써 세대 간 좁은 세계관의 지평을 넓혀 사회통합을 이루게 된다. 즉 세대 간 갈등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도서관을 통해 기록을 수집하고 정보를 소통하게 하는 것은 바로 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흘러들어오게 하는 데 있다. 내가 사는 곳의 자부심을 기르고 이를 통해 외부의 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창의성이 발휘되는 것이다.

지난달 25일에 도정자문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도의 지사님, 두 분의 부지사님, 실국장들과 같이 지난 1년 동안 도정 계획이 이행된 사항을 점검하고 성과를 정리하였으며, 앞으로의 준비사항을 정리하였다.

성과의 점검, 전략적 이행의 과제, 도민 수요와 정책 공급의 차이에 대한 평가 등이 주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진행하였다. 그러나 대부분 시간이 자신이 소관한 부서의 사업 이행 여부에 대한 논의로 소요되었다.

우리는 다른 분야에 대해, 아니 도정 전체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내가 남의 분야에 간섭하지 않을 테니, 다른 사람도 내가 하는 일을 간섭하지 말라는 태도를 보인다. 혹시 모를 나의 약점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나는 사업을 수행하는 것만, 시키는 것만 잘하고 있으면 되었지, 내가 하는 것이 도민들에게 어떤 면에서 이익이 되는지,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도정은 회의를 통해 논의되어야 한다. 그래서 회의가 활발하면, 뒷얘기는 줄어든다.

의견이 풍부한 사람들은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상호 의견교환은 도정전체의 방향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도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공유한다. 그리고 다른 부서의 사업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잘한 것을 칭찬하고 대안도 제시하여 도움을 주어야 한다.

회의가 업무 지시의 장이 아닌 업무 공유의 장, 토론을 통한 대안 제시의 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인사고과에서도 상호평가, 그리고 다른 부서의 평가까지도 포함하여야 한다.

기록은 시행착오를 돌아보고 성찰할 기회를 준다. 노하우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하나, 이제는 '왜'가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이러한 질문이 있어야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기 위한 기록을 시작한다. 기록은 돈이 들지 않는다. 습관이다. 그러나 사회가 기록할 동기를 만들어야 기록은 가능하다. 기록이 시작되면 사회는 활기를 띠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공동체는 행복하고, 성과는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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