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파업 응원 목소리
열린 마음으로 노동쟁의 바라보기

학교 비정규직 파업 이틀째인 7월 4일 인천 남동초등학교 급식실에는 '힘내세요!'라고 적힌 하트모양의 포스트잇이 잔뜩 붙었다. 그중에는 이런 메시지도 보인다. '걱정하지 마시고 꼭 성공해서 돌아오시길 기원합니다.' 이 메시지는 학교 내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파업에 지지 선언을 한 초등학생들이 쓴 것이다. 파업으로 학교 운영이 차질을 빚은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서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내가 만약 초등학생이었다면 그들의 노동쟁의행위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지지를 보낼 수 있었을지 생각하니 저 초등학생들이 무척이나 대견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 시절 파업의 개념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생 때 기억나는 파업이 있다. 9시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했던 그 뉴스의 헤드라인은 '대한항공 조종사 귀족 노조 파업'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그 뉴스에서는 연봉이 2억이나 되는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또 파업한다고 보도했다. 뉴스가 곧 법이라고 생각하던 그 시절 나는 연봉이 높은 사람들이 하는 파업은 불법적인 것인 줄 알았다. 그 뉴스는 국민이 그들의 파업하는 이유와 정당성을 판단할 기회를 뺏고, 사용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파업 행위를 떼쓰는 행위로 오염시켰다. 참으로 게으르고 못된 보도다.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을 배우고 노조의 노동 쟁의 행위가 결코 불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니 그때의 그 보도가 참 씁쓸하게 느껴진다.

20년이 지난 지금, 미디어가 파업을 다루는 시각은 달라졌을까? 여전히 뉴스와 신문은 파업하게 된 이유보다는 파업으로 인해 겪게 되는 불편한 상황과 피해를 먼저 보도한다. 그러나 2019년, 학교비정규직 파업은 여론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일부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행위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그들의 파업에 지지하기도 하고 비난을 보내기도 하고 있다. 적어도 파업에 대해 상황 판단할 수 있는 초등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적어도 우리의 언론이나 일선의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사안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설명 정도는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귀족 노조'니 '떼쓰기'니 하는 단어는 뉴스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할 말이다. 적어도 언론이라면 사측과 노동자 측이 주장하는 바를 공정하게 있는 그대로 보도해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어른들이 파업으로 초래되는 불편함에 대해 연일 보도를 쏟아내는 동안 학생들은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왜 파업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기꺼이 그들의 쟁의행위에 동의했다.

모든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 우리는 파업이라고 하면 불법 행위, 떼쓰기, 불편한 일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절차에 의한 파업은 법률이 보장하는 정당한 노동쟁의행위이다. 우리는 다수가 사장(사측)이 아니라 사장에게 고용된 노동자임에도 사용자의 논리에 쉽게 동의하고 만다. 다른 노동자가 그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우리는 이기적이라고 비난한다. 당장 내가 속한 조직도 언제든 파업 행위는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당장 학교에 도시락을 들려 보내거나 단축수업 한 아이들에게 끼니를 챙겨 줄 수 없는 부모들은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파업을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판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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