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산호동·회원동 일대 주민들에게는 어릴 적부터 봐오던 거라 고향의 일부처럼 생각되는 돌들이 있습니다. 용마산 중턱쯤에 있는 이것들에 관해서라면 동네 사람에게 물어봐도 '거기엔 그냥 돌이 예전부터 있었다' 정도의 대답을 듣게 됩니다. 사실 이 돌들은 임진왜란 당시에 일본인들이 쌓았던 왜성입니다.

이 돌들은 한때 일제에 의해 사적으로 지정되었으나 해방 후 왜성이라는 이유로 보호가 해제되었습니다. 현재는 용마산 일대에 조금씩 흩어져 존재하고 있지요. 오래되어 부서진 곳에는 이끼와 풀이 덮여있어서 그 자체로 산의 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왜성 위에 충혼탑이 건립되어 둘이 본래 하나였던 것처럼 융합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봄에는 초등학생들이 소풍을 와서 왜성 주변에 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3월에 여기에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저는 거의 매년 이 산에 왔습니다. 집이 가깝기 때문이에요. 이 돌들을 볼 때면 무언가 마음에 이상한 것이 남아서 이 산에 없을 때에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그것이 있고 그 벽이 마음속에 언제나 유년의 벽과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왜 저런 거야? 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왜 저런 거지… 하는 저것이 무엇인지를 모를 때에도 왜 저런 게 여기에 있는 거야. 왜 저렇게 생긴 거야… 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벽의 모습이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벽이 갑자기 나타나면 그것이 추억 같은 것인지 오래 봐서 생겨난 아주 오래된 것의 연상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디에 사는 것일까요. 우리 집은 도로 위에 있습니다. 집 앞에는 사람들이 차들이 지나다니고 오늘은 빗소리가 들려서 다른 소리는 많이 들리지 않습니다.

갑자기 비가 많이 옵니다. 다른 것들은 그 소리에 묻히는 것처럼 그러다 순간에 모든 소리들이 커지면서 모두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귀는 그걸 다 들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조용하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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