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도 "타 어종 포획 불가피"
기선권현망, 법개정 등 촉구

기선권현망 업계가 멸치 외에 다른 어종을 함께 잡았다면 위법일까 아닐까?

멸치잡이 기선권현망선단의 밴댕이 혼획을 둘러싼 검찰과 어민 간 법정 다툼에서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어민 손을 들어줬다. 창원지법 제3형사부는 3일 수산업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천 선적 기선권현망 선단 ㄱ호 어로장 ㄴ(49) 씨와 선주 ㄷ(59)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ㄱ호 선단이 통영시 욕지면 남방 1.8마일 해상에서 밴댕이(디포리) 약 78㎏을 불법으로 포획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현행 수산업법에는 기선권현망 어업 허가를 받은 어선은 '멸치만' 잡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멸치가 아닌 다른 어종을 1마리라도 잡으면 불법이란 의미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선권현망어업의 어구·어법을 감안할 때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멸치를 포획하기 위한 그물에 밴댕이 등 멸치보다 큰 어종 등이 함께 잡힐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위반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고의가 인정된다 해도 '기대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그와 같은 상황에서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그 행위를 그만두거나 적법한 행위를 하기가 불가능했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기선권현망 업계는 수산업계의 해묵은 분쟁거리인 '혼획 금지 법률' 한계가 재확인된 만큼 정부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4년 수산업법을 개정하면서 쌍끌이대형저인망어선 등의 멸치 포획을 금지하는 대신 기선권현망은 멸치만 포획하도록 했다. 특히 조업 과정에서 잡히는 소량의 혼획도 금지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혼획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는 어민들은 규제 현실화를 요구했고, 해수부가 뒤늦게 재개정에 나섰다. 자연 혼획은 허용하되 혼획된 어획물을 판매하지 못하게 한 게 골자다. 정부는 2017년 말 시행을 목표로 세부 개정안까지 준비했다가 잠정 보류했다. 연안어선 어민들이 규모가 큰 선단들에 혼획을 허용하면 어장을 싹쓸이하게 된다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수부의 어정쩡한 행정으로 현장에서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수부가 법 개정을 미루며 어민만 골탕을 먹고 있다"며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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