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쓰레기와 함께 배출 잦아
별도 전용 수거함에 버려야

처리 방법을 몰라서 분리 배출하지 않고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리는 것 중 대표적인 게 '남은 약'과 '다 쓴 건전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1년 사이 병·의원에서 의약품을 처방받아 구입한 경험이 있는 만 19세 이상 148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55.2%가 '남은 의약품은 쓰레기통·하수구·변기 등에 처리한다'고 답했다. '약국·의사·보건소에 반환한다'는 답변은 8%에 불과했다. 건전지 재활용률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20%대에 머물러 있다.

◇폐의약품 = 화학물질인 의약품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령화와 환경적 요인으로 의약품 사용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덩달아 폐의약품도 늘고 있다. 언제 구매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영양제,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약, 몸 상태가 나아진 듯해서 먹다가 만 처방약, 연고 등 주변에 폐의약품은 쌓여있지만 처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물약은 싱크대·변기 등 하수구에 버리고 가루약·알약은 생활쓰레기로 배출하는 경우가 흔하다. 약의 항생물질 등이 하천이나 토양 등에 남아 장기적으로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어패류, 식수 등을 통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폐의약품 위험성이 커지면서 환경부와 보건복지부는 2010년에야 '가정 내 폐의약품 회수·처리사업'을 시작했다. 시민이 폐의약품을 약국·보건소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넣으면 약도매상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거둬들여 전량 소각하는 방식이다.

2018년 기준 경남지역 약국의 98%(1238곳)는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했다. 도내 보건소 410곳 모두 설치돼 있다. 경남에서 약국과 보건소를 통해 거둬들인 폐의약품은 연평균 20t이다. 2018년 19.6t, 2017년 23.7t, 2016년 18.4t, 2015년 20.8t, 2014년 19.5t으로 집계됐다.

회수된 폐의약품은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에서 처리된다. 별도 처리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생활폐기물과 함께 소각된다. 그렇다면, 일반 생활쓰레기로 배출해도 소각되는데 왜 굳이 따로 모아서 소각하는 걸까?

창원 성산자원회수시설 담당자는 "소각시설은 1년에 2번 정기 보수 기간이 있다. 이 기간에는 불가피하게 일반쓰레기를 직매립하고 있으며, 폐의약품이 있다면 환경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소각시설 포화나 미설치로 직매립하는 지역이 있어 별도로 수거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약국과 보건소를 통해 폐의약품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알약·가루약·물약·연고 등을 따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류길수 창원시약사회 회장은 "손님들에게 약국에서 구입한 물품은 의료기기를 제외하고 모두 약국에 버리라고 홍보하고 있다. 연고, 파스 등도 마찬가지다. 수거되는 모든 약은 한 통에 담는다. 물약이 담긴 플라스틱 통도 있고, 종이봉투도 있고, 가루약이 담긴 비닐도 있지만 현재는 폐의약품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라스틱 통과 비닐의 크기가 작고 약이 묻어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에 같이 소각되지만 이에 대한 고민도 점차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약국 내 폐의약품 수거함. /이혜영 기자
▲ 약국 내 폐의약품 수거함. /이혜영 기자

◇폐건전지 = 시계, 리모컨, 카메라 등 전자기기에 널리 사용되는 건전지. 10년 전부터 환경부와 민간단체는 분리 배출을 하는 폐건전지 회수 캠페인을 펼쳤다. 공동주택에는 대부분 별도 수거함이 마련돼 있고 인근 주민센터에도 수거함이 있다. 하지만, 수은·산화은·리튬 전지 등 전체 사용량 중 약 90%를 차지하는 망간·알칼리 전지 회수율은 2017년 기준 26%에 그치고 있다.

가정에서 주로 배출되면서 재활용되지 못했던 망간·알칼리 건전지는 다른 전지보다 늦은 2008년에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의무대상 품목에 포함됐다. 이후 재활용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사)한국전지재활용협회에 따르면, 2013년 전국 건전지 재활용률은 9%(출고량 1147만 847㎏·재활용량 103만 8245㎏)에 그쳤지만 2017년 26%(출고량 1163만 269㎏·재활용량 299만 8240㎏)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경남지역 폐건전지 수거량도 매년 늘고 있다. 2014년 9만 8950㎏이었지만 5년 만에 17만 1210kg으로 늘었다. 하지만, 경남 인구(2018년 기준 344만 8292명)에 비춰보면 1인당 연 50g에 불과하다. 흔히 리모컨 건전지라고 하는 'AAA' 무게는 건전지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 개당 12g이다. 벽걸이 시계 등에 사용되는 'AA' 건전지는 개당 23g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건전지 수를 계산해보면 얼마큼 재활용이 안 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폐건전지는 제대로 수거만 하면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건전지 분리수거를 통해 화학물질을 추출하게 되면 아연, 망간파우더, 수지 등 건전지를 만드는 중요한 자원으로도 쓰인다. 건전지를 둘러싼 철도 자원이다. 하지만, 분리배출을 하지 않고 일반쓰레기로 버리게 되면 건전지 속 화학물질과 중금속이 땅속으로 스며들어가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소각할 때도 망간·아연 등을 함유한 배기가스에 의한 대기오염이 생긴다.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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