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돈 바라면 안돼"

창원 보람유치원 이정숙(84) 설립자가 경남도교육청에 유치원을 무상으로 기부했다. 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이 건물과 터를 교육청에 무상으로 기부채납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1987년 설립된 보람유치원은 창원시 성산구 반지동(충혼로 201번길 7-20)에 있다. 1654㎡ 터에 2층 규모 유치원(연면적 1088㎡) 공시지가는 20억 원 상당이다. 유치원에 교사 11명이 근무하고, 원생 180여 명이 다니고 있다.

이정숙 설립자는 2년 전 창원교육지원청에 무상 기부 뜻을 밝혔고, 지난달 7일 유치원 소유권도 경남도교육감으로 이전을 마쳤다.

이 설립자는 "유치원을 세울 때부터 유치원을 국가에 무상으로 기증할 마음을 먹었다. 30여 년간 운영을 하고 이제 나이가 들어서 유치원을 기증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유치원은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다. 내가 죽고 나서, 국가가 더 잘 운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 창원 보람유치원 이정숙(가운데) 설립자가 경남도교육청에 유치원을 무상으로 기부채납했다. 이에 박종훈(오른쪽에서 셋째) 경남교육감이 4일 이 설립자를 초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남도교육청
▲ 창원 보람유치원 이정숙(가운데) 설립자가 경남도교육청에 유치원을 무상으로 기부채납했다. 이에 박종훈(오른쪽에서 셋째) 경남교육감이 4일 이 설립자를 초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남도교육청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4일 이 설립자를 초대해 감사 인사를 했다. 박 교육감은 "어려운 시기에 온 생애를 바쳐 유아교육 발전에 헌신해 오신 공로도 크지만 큰 재산을 기부채납하기로 결정하신 큰 뜻을 받들어 멋진 공립 단설유치원으로 탈바꿈해서 잘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사립유치원을 국가에 기부채납한 것이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큰 의미가 있다. 우수사례로 전파돼 좋은 기부문화 형성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교육지원청 지역사회협력과 관계자는 "보통 설립자가 교육청에 발전기금을 내기는 하지만 이렇게 유치원 자체를 기부채납하는 것은 타 시·도에서도 사례가 없다. 절차도 굉장히 복잡해서 2년이나 걸렸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관계자는 "시·도 공유재산은 중앙부처 차원에서 알 수 없다. 교육부에 따로 보고하는 게 없다. 하지만 기부채납 자체는 흔치 않은 일이고, 사립유치원 건물과 땅을 교육청에 무상으로 넘긴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보람유치원은 2023년 2월 말까지 교사, 원생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이후 공립유치원으로 전환된다. 창원교육지원청은 보람유치원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유치원이 아닌 사립 고등학교를 국가에 기부한 사례는 있다. 1991년 김장하(76) 선생이 1984년 설립한 진주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기부했고, 명신고는 공립학교로 전환됐다.

도교육청은 지난 2월 학부모의 유치원 선택권을 확보하고 유아교육의 공적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하고자 2023년까지 공립단설유치원 21개원을 신설하고, 단설유치원 301학급과 병설유치원 101학급을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도교육청은 올 하반기에는 매입형 유치원을 공개모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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