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생명·의료기계분야 강소특구 지정돼
산업지형 바꿀 기회 '대기업 유치'필수

명품 공격수를 보유한 공격형 팀이 수비형 팀보다 승부에서 이길 확률은 높다. 스포츠 구단마다 앞다퉈 훌륭한 공격수들을 보유하려는 이유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몸값도 비싼 편이다.

김해시가 미래 먹거리 신산업으로 의생명과 의료기계분야 강소특구로 지정됐다. 시민으로서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좋은 식재료를 갖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산속 이름 없는 꽃들도 필 시기를 놓치면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철(절기)'을 모르는 사람을 '철부지(節不知)'라 부른다. 의생명분야 강소특구 지정은 영세기업 중심인 김해의 산업지형을 바꿀 절호의 기회다. 허성곤 시장이 이 소중한 기회를 살려내지 못하면 '김해=영세산업지형'의 굴레는 한동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해법은 대기업 유치에 달렸다. 그 실행 전술은 공격형 시정을 펼치는 것이다.

허 시장은 그동안 줄곧 대기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동안 초식동물처럼 온순한 시정을 펼친 것도 한 원인으로 진단된다. 개선책으로는 온순한 시정이 아닌 육식동물과 같은 과감한 공격형 시정을 펼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영업이익을 높이고자 할 때는 공격형 경영을 펼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계분야 강소특구로 지정된 창원시는 굵직한 대기업체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 한국지엠은 창원공장에 차세대 SUV 도장공장을 신설하고 4년간 9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또 총 17개사로부터 1조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도 받아냈다. 창원시가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창원시장의 노력의 결과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김해시도 대기업을 유치해 의생명 관련 분야를 특화한다면 분명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분야의 강소특구 성공 여부도 결국 관련 산업의 대기업 유치에 달린 셈이다. 대기업 한곳을 유치하면 양질의 협력업체들도 대거 유치하는 선순환구조를 이룰 수 있다.

시는 과거 안동공단을 투자선도지구로 지정받고도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해 특구지정을 무산시킨 사례가 있다. 허 시장은 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적어도 계절을 모르는 '철부지'가 아니라면 운 좋게 찾아온 기회를 또다시 무의미하게 흘려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건 시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그가 이번 기회를 도약의 지렛대로 삼아 후대에 길이 남을 신산업 동력으로 승화시킬지는 공격형 시정 실행에 달렸다. 직접 나서기가 어렵다면 훌륭한 공격수를 찾거나 새로 수혈받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명품 요리사는 마지막 음식 맛을 결정짓는 화룡점정의 '비밀병기' 한 가지는 숨겨두고 있다. '공격형 시정=대기업 유치'란 이른바 김해형 시정등식은 김해 미래 인구 70만 시대를 위해서도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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