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은 만해 한용운 75주기
참 자아 회복하는 법 생각해보길

6월 29일은 만해 선생이 66세의 나이로 일제의 고문 후유증으로 돌아가신 지 75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만해 선생은 우리들에게 독립운동가로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깨달음을 얻은 대선사(大禪師)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님의 침묵'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널리 회자되고 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로 시작되는 '님의 침묵'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유명한 시이지만 그 뜻이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또한 자신의 오도(悟道) 체험을 혼잣말로 이야기하고 있어 인간이 본성(本性)을 회복한 후의 과정을 알지 못하면 참 뜻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존재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어릴 때부터 훈습(熏習)된 교육과 시간과 공간이라는 관념에 갇혀 있는 대상적(對象的) 인식세계(認識世界)의 노예임을 통찰해야 한다. 깨달음은 바로 이 소아(小我)를 깨고 자아(自我)가 무너지는 체험을 하는 것이다. 바라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가 하나가 된 짧은 체험으로 온 우주와 하나가 된 상태를 말한다. 이 체험의 시간은 아주 짧다. 만해는 이것을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라고 했다. 날카롭다는 말은 짧은 시간의 은유적 표현이며, 키스는 온 우주와 하나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 후 70조 세포가 춤을 추는 대희열(大喜悅)의 시간이 찾아온다. 초월의 세계에 노니는 시간으로 약 1년간 지속된다. 퇴계 이황은 이 시기를 그의 저서 <자성록(自省錄)>에서 "인생일대 환희사(人生一代 歡喜事)"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쁨은 영원히 지속하지 않고 떠나간다. 한 인간의 이기적 심성을 이타적 행보로 180도 바꾸어 놓고 서서히 사라진다. 보내기가 아쉽고 안타깝다. 만해는 사랑하는 님이 자신의 운명의 지침을 180도 돌려놓고 차마 떨치고 갔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 기쁨과 환희의 시간을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로 이야기하고 있다. 기독교적으로 표현하면 성령(聖靈)에 충만하여 사랑의 화신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는 이 초월적 사랑의 체험에 사무쳐서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로 노래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명상 지도자로 활동 중인 잭 콘필드(Jack Kornfield)는 <깨달음 이후 빨랫감(After the ecstasy, the laundry)>이라는 책에서 이러한 기쁨이 사라지는 이유를 "신의 은총 속에서 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음을 알게 하기 위함"이라고 신학적으로 표현했다.

오늘 '님의 침묵'의 비밀을 제한된 지면에 이야기하면서 만해 선생의 깨달음의 세계와 목숨을 바쳐 민족을 사랑했던 그의 고귀한 정신을 기려보았다. 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소아(小我)에 갇혀 고통받기를 원치 않는다. 알을 깨고 나온 독수리가 성장하여 창공을 마음껏 날듯이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대자유를 얻기 원한다. 물질의 탐닉 속에 다른 사람을 짓밟고 이겨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천박하고 어리석은 극단적 이기주의 문화를 만든 것이 바로 우리가 아닌가! 만해 선생 75주기를 보내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참된 자아를 회복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