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 낯선 창동·오동동
평화다짐비·3·15의거 발원지
김해 용전숲서 나뭇잎 그리기도

◇역사탐방

6월의 토요동구밖교실 역사탐방은 함안박물관과 마산 창동·오동동이다. 22일 창원의 샛별·민들레와 진해의 이동·참살이·좋은씨앗교실 지역아동센터가 함께했다. 박물관은 흥미롭지 못하고 창동·오동동은 역사 관련 볼거리가 없다고 여기기 쉽다. 그런데 이 두 곳을 모두 재미있고 보람차게 다녀왔다.

함안박물관으로 가는 버스에서 질문을 던졌다. 국립박물관은 시·도마다 몇 개씩 있을까? 경남은 국립박물관이 어디 있을까? 그러자 아무말대잔치가 벌어졌다. 합천~ 함안~ 부여~ 부산~ 경주~ 창원~ 등. 무관심이나 시큰둥함보다 아무말대잔치가 훨씬 더 고맙다. 특이하게도 국립박물관이 창원에 있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경남에서 가장 큰 도시라서 당연히 국립박물관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국립박물관은 시·도마다 한 개씩 있는데 경남은 별나게도 두 개다. 가야 전문 박물관은 김해에 있고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은 진주에 있다." '우와~' 함성이 쏟아졌다. 이렇게 리액션이 좋은 친구들도 드물다. 다들 귀를 기울였고 한 가지를 더 할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요즘 친구들은 예전에 비해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걸 함께 다니면서 느낀다. 학교에서 역사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바뀌었기 때문일까. 열성은 버스에서 내려서도 계속됐다. 해설사 선생님께 물어 자세히 설명을 듣고 답을 꼼꼼하게 찾았으며 유물 자세히 그리기도 리얼했다.

▲ 아이들이 마산조창 자리에 그려진 벽화를 두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
▲ 아이들이 마산조창 자리에 그려진 벽화를 두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

오후에는 창동·오동동을 찾았다. 같은 창원 사람이라도 진해 친구들에게는 창동·오동동이 낯설다. 겉으로는 숨어 있는 역사적인 장소를 찾는 미션을 주었지만 실은 이 동네를 한 번 즐겨보라는 심산이 컸다.

위안부소녀상(인권자주평화다짐비)과 3·15의거 발원지 동판, 3·15의거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315명이 1만원씩 내어 그린 희망나무, 마산이 어촌에서 도시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던 마산조창의 유정당, 학문당서점과 뒤편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찾아 같이 인증샷을 찍으라면서 덧붙인 말이 '그냥 재미있게 놀면 된다'였다.

그런데 어라?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너무 열심히 하는 게 아닌가! 3·15의거 발원지와 위안부소녀상을 사진찍은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다음 장소를 향해 잽싸게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며칠 전 마산 성지여고 학생들과 신문 만들기를 하면서 창동·오동동을 취재한 적이 있다. 늘 놀러오고 지나다니던 이곳에 이런 역사적인 장소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고 하나같이 얘기했다. 멀리 있는 그럴듯한 유적지도 좋지만 자기가 사는 주변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뜻깊고 보람 있는 일인 줄을 새삼 느꼈던 것이다.

1시간 남짓이지만 오늘 뛰어다닌 기억은 선생님이랑 찍은 사진과 더불어 아이들 마음에 새겨졌을 것이다. 3·15의거가 역사적으로 어떤 사건인지 말할 수 있고 이번에 찾지 못한 장소도 찾아볼 수 있는 고학년이 되었을 때 꼭 다시 함께 탐방을 하면 좋겠다. 지금보다 훨씬 더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설명을 듣고 더 많이 질문을 던지지 않을까?

▲ 둥글게 모여 가져온 나뭇잎을 보며 자세히 그리기를 하는 모습.
▲ 둥글게 모여 가져온 나뭇잎을 보며 자세히 그리기를 하는 모습.

◇생태체험

6월 생태체험은 창원 대산·덕산과 마산 구산·수정·LH행복현동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김해 진례 용전숲과 의령 잣나무숲길·충익사·곤충생태학습관을 다녀왔다. 용전숲은 경남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멋진 마을숲이다. 잎사귀가 짙어지지 않은 안쪽은 한낮에도 어둑어둑하다. 잎사귀가 그늘을 만들고 물기까지 내뿜는 바람에 금세 시원해지면서 팔뚝에는 소름까지 돋는다.

마을숲을 한 바퀴 돌아보고 다르게 생긴 나뭇잎 열 개를 모은 다음 자세히 그리기를 했다. 그냥 머리로 생각하고 떠올리면 나뭇잎은 다 같은 나뭇잎인 줄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보고 손으로 쓰다듬으면 죄다 제각각인 줄 알게 된다. 크기도 생김새도 두께도 질감도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자세히 그리기는 자세히 보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 가장자리가 둥그스름한지 매끈한지 꺼칠꺼칠한지, 어디에 구멍이 났고 어디가 연하고 짙으며 앞면은 뒷면과 어떻게 다르며 잎맥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도 자세히 보아야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세히 그리기를 간단하게 했다. 같은 나뭇잎이라도 서로 다르고 차이가 난다는 것을 실감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센터별로 자세히 살펴본 표시가 나는 그림을 서넛 골라 1000원 지폐 한 장이 들어 있는 쥐꼬리장학금 봉투를 건넸다.

점심을 먹고나서는 곧바로 물놀이다. 용전숲을 찾은 주목적이 여기에 있다. 용전숲에는 마을숲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옆에 개울이 있다. 크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아이들 50명 정도는 한꺼번에 들어가도 감당할 정도는 된다.

▲ 물웅덩이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 물웅덩이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처음에는 물가에서 쭈뼛거리기도 했지만 어느새 들어가 놀고 있었다. 윗몸을 기울여 개헤엄도 치고 상대방에게 물을 끼얹으며 물싸움도 벌였다. 물 속에 있다 추워서 양지바른 바위에 올라 볕바라기를 하는 친구도 있다. 한 손에 물병을 들고 가장자리를 어슬렁거리며 다슬기를 잡는 친구도 보인다. 그러다 '개구리다!' 하는 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후다닥 달려간다. 아이들은 이처럼 움직이고 꼼지락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개울에 들어가지 않고 봇도랑에서 노는 친구들도 있다. 손이나 발만 담근 채 이리저리 물장구를 치고 발을 휘휘 젓는다. 잎사귀와 나무막대를 물 위에 띄워놓고 빙빙 돌리거나 아래위로 끌고다닌다.

30년 전 40년 전에는 모두 이렇게 놀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물놀이조차 무슨무슨 워터파크에 가야 제대로 할 수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렇게 마을숲을 거닐고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이 낫다. 워터파크에서는 얻을 수 없는 자연에 대한 친밀감을 얻을 수 있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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