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협회 사무처장 맡아 리그제·전용경기장 추진

1980년대 모래판을 호령했던 '털보 장사' 이승삼(59) 전 대한씨름협회 심판위원장이 '제2의 씨름 인생'을 시작한다.

1일 대한씨름협회 사무처장으로 임명된 것. 이 사무처장은 2021년 6월 말까지 사무처 일을 도맡는다.

이 사무처장은 현역 시절 17·21·36대 등 세 차례 한라장사 타이틀을 획득하며 명성을 날렸다.

1991년 선수 생활을 접고 경남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이후 마산시청, 창원시청 씨름 감독을 역임하며 후진 양성에 매진했다.

2015년 모래판을 떠난 후 이 사무처장은 씨름 행정가이자 문화체육인 후원자의 삶을 살았다. 창원 창동예술촌에 차린 '이승삼 공간'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18년 1월 문을 연 '이승삼 공간'은 이 사무처장이 장기간 수집했던 골동품과 지역 작가 미술 작품 등을 위탁 판매하며 이목을 끌었다. 수익금 일부는 기부를 하며 나눔 가치를 일깨웠던 그다.

▲ 대한씨름협회 사무처장으로 제2의 씨름 인생을 시작한 이승삼 전 대한씨름협회 심판위원장. /이창언 기자
▲ 대한씨름협회 사무처장으로 제2의 씨름 인생을 시작한 이승삼 전 대한씨름협회 심판위원장. /이창언 기자

이처럼 앤티크숍 사장이자,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홍보대사, 사진작가 등으로 더 활발히 활동하며 모래판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었던 그가 다시 씨름 곁으로 돌아온 이유는 박팔용 대한씨름협회 회장 권유 덕분이다.

"지난해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남북 최초로 공동 등재되는 등 새롭게 부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잖아요. 남북이 화해 모드로 접어들면서 '남북 씨름 대회 공동 개최' 등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요. 이와 맞물려 힘을 보태달라는 제안이 있었어요. 고민 끝에 '마지막으로 봉사하자'는 마음으로 사무처장직에 지원하게 됐죠."

선수이자 감독, 행정가 등으로 쌓은 경험을 온전히 씨름판에 쏟아붓겠다는 그는 사무처장으로서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목표도 잡았다.

"남북 씨름 대회 공동 개최뿐 아니라 세계씨름협회 창립 등을 준비해야 할 듯해요. 지난 2005년 마산 세계민속씨름축제 개최에 앞장섰던 경험이 있는데 그 노하우를 잘 살려보려고요. 서울, 창원 등에 씨름전용 경기장을 건립하는 일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죠. 지난날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봐야죠."

당장 진행해야 할 사업도 머릿속에 그려놨다. 올해 시범 운영된 민속씨름리그가 그 핵심이다.

"민속씨름 중흥을 위해 운영된 씨름리그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죠. 씨름리그 운영의 궁극적인 목적 중 하나는 '스포츠토토' 합류예요. 정상적으로 스포츠토토에 편입된다면 씨름 자립화를 앞당길 수 있죠. 시민 관심도도 높일 수 있고요. 최소 4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팀이 프로로 전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고 지원해야죠."

심판위원장으로 일한 지난 2년간 그는 체급 기준을 낮춰 기술씨름을 유도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백두급 체급을 150㎏에서 140㎏으로 내린 것인데, 이 같은 변화가 '기술 씨름 부활'과 '스타 탄생'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말하는 그다. 이제 사무처장으로서 더 세부적인 사항까지 개선해 나가겠다는 이 사무처장. 그가 써 내려갈 새로운 씨름 인생과 민속씨름 부흥기를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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