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아들 둔 어머니
긴박한 당시 연행 상황부터
형무소 투옥·출소 이후까지
내방가사 형태 꼼꼼히 기록

독립운동가 어머니가 1919년대 일본에 맞선 아들의 독립운동 행적을 일기식으로 상세하게 기록한 일명 <김승태 만세운동가(자식소회가)>가 100년 만에 재조명 받고 있다. 1976년 3월 4일 한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세간에 알려진 지 44년 만이다.

이른바 '한국판 안네의 일기'로 불리는 이 <김승태 만세운동가>는 독립유공자인 아들 김승태의 어머니인 조순남 여사가 내방가사 형태로 기록했다. <김승태 만세운동가>는 1919년 4월 12일 장유 독립만세운동이 있었던 날 아들 김승태가 일본군에 잡혀간 시점에서 감옥생활 과정, 석방된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범동포(현 장유지역)에서 고유제를 올리고 주민들이 함께 환영회를 벌인 과정들을 낱낱이 다뤘다.

내용을 보면 장유만세운동과 일본 기마대 연행과정, 부산형무소 이송 수감과 면회, 재판장 모습, 자식과 이별의 정한, 출옥과정과 출옥 후 마을 표정 등으로 구분해 정리해 한편의 생생한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킨다.

▲ 조순남 여사가 아들 김승태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내방가사 형태로 기록한 <김승태 만세운동가> 모습. /김해시
▲ 조순남 여사가 아들 김승태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내방가사 형태로 기록한 <김승태 만세운동가> 모습. /김해시

'장유 만세 운동의 실상과 기마대 연행' 대목에서는 당시 격렬한 만세운동을 생생하게 묘사한 점이 눈에 띈다. 일본경찰의 폭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잔혹하게 죽음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분노한 백성을 일본군이 더욱 조여매서 감옥에 가두고 철사로 허리를 매어서 줄줄이 끌려가는 현장을 묘사했다. '형무소 이송 수감과 면회' 대목은 아들 김승태가 스스로 끌려간 이들의 대표를 자임하고 당당하게 나서는 모습과 모질고 독한 군수가 부산으로 옮겨 수감한다는 내용을 기록했다.

…활달ㅎㆍㄴ/우리승태/왕자왕손/후예로서/충성을/위로/하여/왈소ㅎㆍ고깃창션니/충성은/극진ㅎㆍ나/졔고샹/ㅅㆍㅣㅇ각ㅎㆍ면/쳔지가/아득ㅎㆍㄴ●/모질고/독한/군슈/부ㅅㆍㄴ으로/이슈ㅎㆍ니/…

만세운동 이후 잡혀간 자들의 행적에 관한 기록도 표현했고, 만세꾼들이 좁은 방 한곳에 모여 갇혀 있었다는 점과 아들에게 사식을 넣어주며 면회하는 모습도 묘사돼 있다. '재판장 모습' 대목에서는 아들의 허리를 묶어 자물쇠를 채우고 고운 손은 결박한 상태로 재판을 받으러 나오는 현장을 묘사했다. '아들과 이별의 소회'와 '출소와 환영식' 대목에서는 아들의 재판장을 다녀온 후 아들과 이별의 정한을 다양한 고사를 빌려 그려냈다. 출소와 고향 환영식 장면에서는 자식이 돌아올 것을 믿고 어미의 기다리는 심정을 고사에 빗대어 표현했고, 아들의 무사귀환을 축원하면서 보내는 일상을 담아냈다.

이 책은 만세를 부른 백성의 고생을 생각하니 분기가 차올라 사연을 지어서 남긴다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김승태 만세운동가>는 장유 독립만세운동을 배경으로 탄생한 가사문학으로 독립운동가 아들을 주인공으로 그의 어머니가 직접 지은 가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글의 전개 과정에 따라 장유 독립운동의 전모가 드러나 문화적 가치를 넘어 역사적 기록으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만세운동의 전개과정과 독립운동가의 투옥과정, 면회과정, 재판과정, 출옥과정, 출옥 후의 마을의 표정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과 1920년대를 전후한 장유의 생활문화적 현실을 100여 년이 지난 후에도 후세대들이 짐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 <김승태 만세운동가> 표지. /김해시
▲ <김승태 만세운동가> 표지. /김해시

특히 조순남 여사는 독립운동가의 어머니로서 만세운동의 중요성과 그 중요한 역사의 선봉에 선 아들의 의미를 문장으로 남긴 인물이고, 당시 여성으로서 만세운동의 중요성을 알아차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어머니가 육필로 일기를 쓰듯이 써내려간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 있고, 내방가사라는 문학 장르를 빌려서 아들이 주도하는 장유 만세운동의 전개과정과 의미를 낱낱이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또 독립운동가 어머니가 매일 무릎에 종이를 올려놓고 일 년에 걸쳐서 자식을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손으로 기록한 영혼이 담긴 책으로 지역 역사기록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보유한 점도 높이 평가된다.

하지만 '김승태 만세운동가' 또는 '자식소회가' 등 책 제목을 두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김해 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회'에서 '장유만세운동과 조순남의 김승태 만세운동가의 관계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한 이홍숙 창원대 외래교수는 "한지로 만든 책 표지 일부분에 붓으로 써둔 글자를 물로써 지운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아마도 책 제목을 '김승태 만세운동가'로 했을 때 당시 일본군에 발각돼 압수될 가능성이 큰 점을 우려해 필자가 고의로 책 일부 제목을 흐리게 한 것으로 유추된다"고 밝혔다. 일부 책 제목 문구를 물로써 닦아내고 책 내용의 말미에 단지 어미가 자식에 대한 소회를 기록한 것처럼 꾸며 '자식소회가'란 제목이 거론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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