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2005년 원본 넘겨받아
열람 요구하자 "받은 적 없다"
1년간 뒤진 끝에 시청서 발견
기록물 허술한 관리 도마 올라

<김승태 만세운동가>는 문학 자료뿐만 아니라 독립운동 사료로서도 가치 있는 기록물이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자료 원본을 기증받은 김해시는 10여 년 동안 방치하다시피 하다 '행방불명' 사태를 빚고서야 최근 원본을 찾아냈다. 문화재나 기록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증 후 행방불명, 되찾기까지 = 김승태 선생의 손자 김융일(77) 씨는 2005년 3·1절 86주년 기념행사 때 친척이 <김승태 만세운동가>를 김해시에 기증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지난해 이홍숙 창원대 외래교수와 3·1운동 99주년 기념 학술행사를 논의하면서 자료 원본을 찾아 김해시에 열람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로부터 "없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함께 학술행사를 준비하던 이광희 시의원은 시의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시의 부실관리 문제를 제기했고, 이 교수도 "원본을 찾아내라"며 시에 촉구했다.

시는 1년이 넘도록 5곳에 이르는 시청 문서고와 문화원 수장고·김해민속박물관 수장고·김해향교 등을 모두 뒤졌지만, 원본을 찾을 수 없었다. 지난 5월 경찰에 수사의뢰까지 했지만 '분실·도난 여부가 불확실하고 공소시효도 지나 실효성이 없다'며 반려됐다. 시는 기증받은 사실 자체도 뒤늦게 인정해 후손들의 반발을 샀다.

▲ 김해시가 2005년 3·1절 86주년 기념식장에서 <김승태 만세운동가> 원본을 기증받는 장면. 시는 사진 공개에 난색을 보이다 연합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공개했다. /연합뉴스
▲ 김해시가 2005년 3·1절 86주년 기념식장에서 <김승태 만세운동가> 원본을 기증받는 장면. 시는 사진 공개에 난색을 보이다 연합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공개했다. /연합뉴스

◇공공기록물 기증 1호로 = 김융일 씨는 자체 수사의뢰는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을 준비하던 차에 시에서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 1일 시청에서 이광희 시의원·이홍숙 교수와 함께 원본을 확인했다.

시는 시청 본관 지하 기록물 보존실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내방가사는 원래 두루마리 형식이지만, 이 자료는 37쪽 분량의 소책자로 돼 있다. 이번에 되찾은 원본은 김해시 행정 대봉투에 들어 있었다. 겉에는 내용과 전혀 무관한 '문서의 변천 전시 자료'라고 써 놓았다. 엉뚱한 제목을 단 봉투에 들어 있어 찾지 못했다는 게 시의 해명이다. 봉투 속 100년이 된 원본 한지는 보존처리와 복원이 시급한 수준이었다.

시는 원본 자료를 '공공기록물 기증 1호'로 정리해 기증서 발급 등 관련 절차를 다시 밟기로 했다. 또 급격히 훼손되는 점을 고려해 보존처리와 복원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자료 보존처리를 진행하면서 문화재청을 통해 문화재 등록 절차를 밟고 시가 계획 중인 한글박물관 등 박물관에 소장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김 씨는 "지금이라도 찾게 돼 정말 다행이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공적 가치가 있으니 공공기관에서 관리해달라고 기탁한 건데 문서 존재 자체도 모를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 민간인 기록물 관리에 대한 조례를 제정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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