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일반인 수업 결과물
대안공간 로그캠프 전시
그리기 묘미 관람객 공유

▲ 전시에 참여한 이들. 왼쪽부터 유가영, 노순천, 이수진. /이서후 기자
▲ 전시에 참여한 이들. 왼쪽부터 유가영, 노순천, 이수진. /이서후 기자

아마도 대안공안 로그캠프이기에 이런 전시가 가능하지 않을까.

지난달 22일부터 로그캠프(창원시 의창구)에서 진행되는 노순천, 이수진, 유가영의 '그리기 그리기 그리기'전. 조각과 드로잉을 하는 노순천 작가를 제외하고는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려온 이들이 아니다. 다만, 그리는 일을 통해 기쁨을 얻고, 부끄러운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기에 전시까지 할 용기를 냈다.

원래는 이수진, 유가영 씨 2인 전시를 계획했다가, 다들 전시가 처음이라 경험이 있는 노순천 작가도 함께하게 됐다. 노 작가가 두 달 정도 이들의 그림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나 방식의 순수함에 노 작가 자신이 감동한 이유도 있다. 수진 씨는 색을 칠하고 색과 색이 만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이다.

"저는 미술을 전공하긴 했지만, 사실 졸업하고서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어요. 세상에는 잘 그리는 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림을 그릴 용기도, 자신도 없었어요.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을 꼭 잘 그려야 하나? 그냥 내가 즐거우라고 그리면 되지 않을까? 그때부터 혼자 사부작사부작 그린 그림들입니다."

그림은 주로 집 주변이나 출근길 풍경을 그린 것이 많다. 또 친구들과 여행도 좋은 소재다. 기쁜 마음이 담겨서일까, 수진 씨 그림은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 이수진 작. /이서후 기자
▲ 이수진 작. /이서후 기자
▲ 유가영 작. /이서후 기자
▲ 유가영 작. /이서후 기자

"사실 이런 걸 전시해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제가 행복하고 싶고 즐거우려고 전시를 준비했고, 실제로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그림 보시는 분들도 같이 즐거우면 좋겠어요."

가영 씨는 그리는 일이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렇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잔뜩 웅크린 마음을 조금씩 일으켜 세워보는 것이다.

"원래 무의식적으로 선을 잘 그었어요. 불안한 마음이나, 자격지심을 반성하는 글 같은 걸 자주 쓰는 편인데, 글 옆에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선을 긋다 보면 어떤 형태가 나오기도 하고요. 사실은 말이 안 되는 그림이라고 생각도 하지만, 그런 걸 모아 보다 보면 내가 잘 몰랐던 나 자신이 이렇게 표현되는구나 싶고, 그런 걸 더 알고 싶기도 해서 계속 그렸던 거 같아요."

▲ 관람객에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이서후 기자
▲ 관람객에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이서후 기자

가영 씨에게 그림은 내밀한 일기와도 같은 것이다. 이런 그림들을 전시하기까지 그에게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가영 씨 그림은 어쩌면 완성된 것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어떤 과정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과정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노순천 작가는 그동안 모아둔 메모 형식의 드로잉 작품을 선뵀다. A4 용지를 두 번 접어 생긴 조그만 면마다 그의 생각과 그림들이 빼곡하다. 사실 작품이라기보다는 작품의 이면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그리는 이들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지난 22일 열린 전시 오프닝에서는 유독 관객들의 질문이 많았었다. 그저 그리는 행위 자체에서 위안을 얻고 싶은 사람, 실제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로그캠프 전시를 둘러보면 좋겠다.

전시는 오는 6일까지. 문의 010-5154-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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