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본사·R&D센터 수도권에
재주는 지역서 넘고 돈은 서울로 빼가고

얼마 전 '한국조선해양 출범'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알다시피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을 분할해 만든 중간지주회사다.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지배하게 된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계획대로라면 거제 대우조선해양도 한국조선해양 아래로 들어가게 되고, 산업은행이 한국조선해양의 2대 주주가 된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조선해양은 앞으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대규모 R&D센터를 건립하고, 최대 5000명까지 연구·개발·엔지니어링 인력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왜 한국조선해양의 본사가 서울이고, 대규모 R&D센터는 성남 판교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주회사의 모습은, 자회사에서 수익이 나면(혹은 나지 않더라도) 배당이나 다른 방식으로 빼내가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한국조선해양으로 인수가 마무리된다고 가정해보자.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수익을 내면 모조리 서울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경남에서 대우조선해양 구성원과 그 협력업체 구성원들이 뼈빠지게 노력해서 번 돈이 전부 서울로 빠져나가게 되어 있다. 매년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이 지역에서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다. 재주는 지역에서 넘고 돈은 서울로 챙겨가는 것이다.

그것뿐일까? 판교에 세운다는 대규모 R&D센터가 건립되면 기존 거제 대우조선해양과 울산 현대중공업에 있는 연구개발인력을 그대로 둘까? 판교R&D센터로 흡수통합하거나 내치거나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거제 대우조선해양이나 울산 현대중공업은 기업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연구·개발·설계 기능이 없는 기업은 단순 제조 공장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 본사와 판교에 세운다는 R&D센터는 마땅히 거제 혹은 울산에 들어서야 한다. 지역에서 고급 연구개발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수도권에 R&D센터를 둔다는 점은 한편으로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일부가 아니라 그 전체를 꼭 수도권에 두어야 한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지역에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마땅히 해당 지역에 지주회사 본사와 R&D센터가 있어야 한다. 나아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경남 지역 여·야 국회의원을 비롯해 자치단체장 등 정치권은 이에 대해 말 한마디 없다. 맨날 일자리 만들겠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사실상 수도권에 질좋은 일자리 5000개를 뺏긴 것과 다름없다. 또 앞으로 해마다 서울로 빠져나가게 될 어마어마한 '배당'은 어쩔 것인가? 정말로 지역경제를 걱정한다면 이것부터 따져 보기 바란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지금 최선은, 대우조선해양을 지켰다가 나중에 적정한 새 주인 찾아서 제값 받고 매각하는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