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자 비핵화 견인''대화중심서 제외'정치권 낙관-비관 팽팽
국외 전문가 평가도 '추가 협상 기대''트럼프 선거운동'등 갈려
6월 30일 '세기의 만남'으로 불리는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몰고 올 한반도 정세 변화에 온 나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소원한 듯 보였던 남과 북, 북과 미 정상이 격식과 의전을 초월한 파격적 만남을 가진 만큼 이번에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도 한편에서는 지난 2월 별 성과 없이 끝난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재판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관론 중심에는 예의 보수진영이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판문점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북핵 폐기에 많은 난관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이 '살라미 전술'을 펼친다면 실무협상이 열려도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재자·촉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 역할도 도마에 올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일 지도부 회의에서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회담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역할도, 존재도 없었다"며 "일부 보도대로 우리는 3자 회담을 원했는데 북한이 미국과 직거래를 고집해 배제됐다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북핵과 단거리 미사일을 우리 머리 위에 지고 살게 된다면 그 부담은 어떻게 감당하냐"고 했다.
여권은 문 대통령이 '객'처럼 보인 건 당연하고도 의도된 연출이라는 입장이다. 북미협상 결렬과 북미관계 악화로 한반도 비핵화 진전이 가로막혀 있는 만큼 두 정상이 중심에 서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며 이미 문 대통령 자신도 "오늘 대화의 중심은 미국과 북한"이라고 사전 예고를 했다는 것이다.
'하노이와는 다를 것'이라는 목소리도 강하다. 특히 외교가와 정치권에서는 지난달 28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우리는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과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비핵화와 관련한 양국의 입장이 일치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를 공약한 싱가포르 합의를 동시·병행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힌 데 주목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일 상무위에서 "지난 2월 '하노이 노딜'은 싱가포르 성명 당시 합의된 동시적·병행적 해법 대신 선비핵화론으로 후퇴한 데서 초래되었다"며 "다행히 이 성명의 실천을 다시 제시하고 문 대통령은 북한 제재 해제 개시를 위한 비핵화 입구로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제안했다. 한발씩 양보한 포괄적 목표 설정, 상호신뢰 속 단계적 실천이 비핵화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요구인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를 북한이 전격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수미 테리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북미 만남은 장래에, 올해 후반에 더 실질적인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잠정 합의나 최소한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영변 외 다른 핵시설 의심 장소와 같은 것을 협상 테이블에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비무장지대 전방 초소를 찾아 개성공단 관련 설명을 한 점을 들어 남북경제협력사업이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회의적 시선 역시 여전하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판문점 회동은 전 세계가 시청해야 하는 리얼리티 TV였고 그 주인공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북 외교의 핵심 포인트인 '비핵화'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김정은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을 위한 무대였다"고 혹평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의 단계라고 말했지만 문 대통령은 실질적 비핵화의 입구라고 과대포장을 했다"며 "화려한 남북미 회동 뒤에는 이처럼 좁히기 어려운 시각차가 존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