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6개 등급, 중증·경증 변경
장애인 간 갈등·지원 축소 걱정
복지부 "현행수준 서비스 유지"

장애등급제가 31년 만에 바뀐다.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라고 하지만, 장애인들은 '꼼수'라고 지적하며 우려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는 7월 1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내달부터 국가에 등록된 장애인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나뉘고, 기존 1~6급 장애등급제는 없어진다. 장애등급은 장애인 서비스 지급 기준으로 활용됐지만, 장애인의 개별적 상황과 욕구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다.

전국 장애인 등록 수는 257만 명이다. 경남에는 1급 1만 3423명, 2급 2만 5303명, 3급 3만 1966명, 4급 2만 7031명, 5급 4만 3179명, 6급 4만 5867명 등 18만 6769명(5월 기준)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 폐지에 따라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지원하던 141개 장애인 서비스 중 23개 서비스 대상이 확대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장애인 건강보험료 할인율이 1·2급 30%, 3·4급 20%, 5·6급 10%였지만, 다음 달부터는 중증 30%, 경증 20%로 변경돼 전체적으로 경감 혜택이 커진다. 또 활동지원과 특별교통수단 등 대상자가 확대되고 장애인 보장구와 보조기기 지원도 늘어난다. 나머지 서비스는 대부분 현행 수준의 지원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예산 반영 없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오히려 장애인끼리 혜택을 나눠 사용하라는 것이고, 기존 6등급을 2등급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활동지원 신청대상은 현행 1~3급만 대상이지만 7월부터 모든 장애인으로 변경된다. 관련 예산은 지난해 6000억 원에서 올해 1조 35억 원으로 45% 늘었지만 이는 활동지원인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것이다.

황현녀 경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의학적 판단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취업·학업·가정 환경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지원되던 서비스가 맞춤형으로 지원되는 것은 지금까지 장애인들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라면서도 "예산 증액 없는 등급제 폐지는 중증 장애인 지원을 모든 장애인과 나누는 것과 다름없다. 장애인끼리 싸움을 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 집행위원장은 "더 큰 문제는 정보가 부족해 장애인들은 생존 수단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윤차원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회장은 "1·2급만 대상인 장애인콜택시 수는 그대로인 채 3급까지 확대되면 1~3급 모두 대기시간이 늘어난다. 등급제로 지금까지 서비스를 못 받은 사람들에게 지원이 추가돼야 하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윤 회장은 7월부터 재발급 시 받는 장애인등록증(기존 복지카드)에 표기되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 구분 문제점도 지적했다. 윤 회장은 "정부는 행정 편의를 위해 기존 6등급을 2등급으로 나누면서 장애가 심하고 심하지 않고를 표기한다. 이는 장애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것이다. 또 장애가 심한 사람이 받게 될 모멸감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