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은 마산대 총장 /박일호 기자
이학은 마산대 총장 /박일호 기자

이학은(66) 마산대 8대 총장이 지난 3월 취임했다. 지난해 4월 향년 94세로 타계한 문화교육원 설립자 청강 이형규 선생의 셋째 아들이다. 이 총장은 청강 선생의 유지를 이어 ‘학생들에게 기쁨을 주고, 학생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재미있는 캠퍼스’를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공과대 출신이라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된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고려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화교육원은 마산대, 마산제일고, 마산제일여고, 마산제일여중 등을 산하에 둔 지역 명문 사학이다. 청강 선생 타계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마산대는 어떤 새로운 교육사업을 펼칠까 귀추가 주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총장은 근본적인 교육이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하면서, 사회 변화에 발맞춰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청간 선생 타계 1년

Q. 청강 선생 타계 1년, 앞으로 마산대의 주요 목표는 무엇인가요?

“청강 선생께서는 ‘교육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신념으로 일찍이 교육사업에 뛰어드셨습니다. 마산대는 지금까지 교육 인프라를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해 왔어요. 교육이념은 이리저리 변화해서는 안 됩니다. 고려대에서 30년 교수로 재직하다 왔는데, 마산대만큼 시설이나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학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호화롭고 안락한 생활은 뒤로하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교육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해 헌신한 청강 선생 덕분입니다. 항상 그랬듯이 마산대는 내실 있는 교육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학생들이 세계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마산대 후문 교훈석에는 ‘오늘은 무엇을 얻고 가느냐’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청강 선생이 배움터를 운영하며 생전에 늘 강조했던 교육 이념이며, 앞으로도 마산대는 이 이념을 이어갈 것이다. 청강 선생은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에 따라 결과는 크게 변한다고 여겼고, 하루 24시간을 소중히 여겨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라며 당부했었다.

마산대는 1956년 마산간호기술학교로 첫발을 내디뎠고, 1979년 마산간호전문대학으로 개편됐다. 1998년 마산대학에서 2011년 ‘마산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올해 기준 27개 학부·학과가 있고, 재적생은 7500여 명이다. 경남 최고의 종합전문대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Q. 취임사에서 학생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재미있는 캠퍼스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게 있나요?

“지금까지 한국 대학의 교육은 언제부터인가 ‘전문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교수로서 느낀 것은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특정 분야에서 과제는 숙달됐으나 응용된 과제에는 한계를 느끼는 모습을 자주 봐왔습니다. 우리 마산대는 그런 점을 개선해볼까 싶습니다. 이제는 융복합의 시대입니다. 자신의 전공뿐만 아니라 학생 스스로 찾아서 학습해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토론하며 발표하는 능력도 키워야 할 거예요. 전공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외국어 교육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이어 이 총장은 지난달 29일 청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9 치위생 영어 스피치 경연대회’를 몰래 참관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 청장은 외부 다른 일정 때문에 애초 경연대회에 참여할 수 없었으나 시간이 생겨 참관했다고 했다. 이 청장은 “학생들이 영어를 정말 잘해 감탄했다. 발표자가 객석에 앉은 학생과 즉석에서 대화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외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학내 영어로만 대화할 수 있는 카페를 조성하려고 계획 중이다. 또한, 원어민을 초빙해서 학생들과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 마산대는 호주 그리피스 대학과 교환학생 프로그램 업무협약을 준비 중이다. 이 총장은 특히 그리피스 대학 학장이 특히 치기공과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이학은 마산대 총장 /박일호 기자
이학은 마산대 총장 /박일호 기자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Q.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습니까?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산대뿐만이 아니라 전국 모든 대학의 고민일 겁니다. 다만, 우리는 지금까지 잘 구축해놓은 인프라와 학생 스스로 자부심, 교수진의 열정을 내세우고 싶습니다. 보건계열 학과에 갖춰진 최신 실습장비는 여러 대학에서 부러워할 정도예요. 치위생·치기공·방사선·작업치료·재활과 등은 보건계열은 전국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은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또 학생 스스로 자부심도 강하고, 이는 전국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고요. 예를 들면 호텔외식조리과·호텔제과제빵과 학생들이 대회에 나갈 때 입는 유니폼에는 ‘태극마크’가 새겨져 있습니다. 마산대 대표가 곧 ‘국가대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식품과학부나 뷰티케어학부, 아동미술교육과 등이 전국 대회에서 수상한 상장은 모두 걸어놓을 장소가 없을 정도예요. 마지막으로 교수진의 열정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교직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연구업적만을 생각하는 교수가 적지 않다는 것을 봐왔습니다. 그러나 마산대 교수의 헌신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학교 재원이 충분하지 못하면 교수가 각종 기관이나 단체를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런 교수님들 덕분에 우리 대학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훌륭한 점을 그동안 알리는 노력이 덜 됐던 것 같아 홍보를 조금 더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5년간 마산대 모집 지원율을 보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2015년 2225명을 모집하는데 1만 284명이 지원해 4.6대1 경쟁률을 보였다. 이후 마산대는 매년 2100명 안팎으로 모집하면서 5.2대1(2016년), 8.3대1(2017년), 8.2대1(2018년)로 경쟁률이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11.9대1을 기록했다.

이는 매년 꾸준히 70% 안팎으로 집계되는 취업률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2013~2018년 마산대 졸업생 전체 취업률은 최저 69.3%에서 최대 72.5%를 기록했다.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간호학과는 매년 90%에 육박한다. 또한, 치위생·물리치료·방사선·임상병리 등 보건계열은 10명 중 8명 이상은 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응급구조과는 매년 소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30명 이상 합격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마산대 설립차 청강 이형규 선생 /경남도민일보 DB
마산대 설립차 청강 이형규 선생 /경남도민일보 DB

마산대 설립자 청강 이형규 선생

Q. 아버지인 청강 선생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선친께서는 매우 엄격하신 분이었습니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다른 사람이 잘 되도록 해주고 싶은 욕심이 대단히 많으셨던 분이고요. 우리 4형제는 어릴 적부터 식사 때 밥풀 하나도 흘리지 못하도록 했습니다(웃음). 아끼고 호의호식을 하지 않으신 분이었죠. 만 원짜리 구두 한 켤레를 사 신으면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 신고 다니셨습니다. 저는 4형제 중 셋째인데, 저는 한 번도 새 옷을 사 입은 적이 없습니다. 항상 큰 형과 둘째 형이 입던 옷을 물려받아 입었고, 저까지 입고 나면 헤져서 못 입으니까 막냇동생은 또 새 옷을 사 입었습니다. 하하. 그렇지만, 한 번도 부모님을 원망해본 적이 없어요. 항상 검소한 생활을 몸소 보여주셨고, 또 그때 당시 주위 모든 친구들도 어려운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나마 밥 굶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얼마 전 손가락을 베여 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마산제일고 졸업생을 만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간호사로부터 지혈을 받다가, 혹시나 마산대 출신이 아닐까 싶어 어느 대학에서 공부를 했느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은 “진주보건대”였다. 그래서 마산대 총장이라고 털어놓았더니, 간호사는 자신이 마산제일고 졸업생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간호사는 학교에서 항상 밀짚모자를 쓰고 쓰레기를 줍고 다니시는 할아버지의 정체가 궁금했었다고 했다. 졸업하고 한참 뒤에 청강 선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친절하고 소박하셨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Q. 이 총장만의 교육적 철학이나 이념 소개 부탁드립니다.

“교육 철학은 청강 선생의 유지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대학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 최고의 이윤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어떻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대학의 변화라는 것은 사회와 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나가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예측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예측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과제일 것입니다. 그러려면 모든 것은 교육에 투자하고, 궁극적으로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최선의 목표입니다. 마산대의 교훈은 ‘믿음받는 전문인’이에요.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모두 사회와 산업 현장에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지난 5월 16~19일 열린 '2019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 경연대회'에서 마산대 호텔외식조리과와 호텔제과제빵과 학생들이 대상인 행정안전부 장관상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상을 수상했다. /마산대
지난 5월 16~19일 열린 '2019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 경연대회'에서 마산대 호텔외식조리과와 호텔제과제빵과 학생들이 대상인 행정안전부 장관상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상을 수상했다. /마산대

지역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봉사

Q. 마산대만의 특별한 장점을 소개해주세요.

“마산대는 얼마 전 외부 평가 때문에 다른 대학 교수를 맞이한 적 있습니다. 그런데 공통으로 묻는 말이 ‘어떻게 마산대 학생들 표정이 그렇게 밝냐’였습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학생들의 어두운 표정만 보던 교수들이 놀란 겁니다. 마산대 학생은 특히 인사를 잘합니다. 아마도 다른 대학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교수·교직원과 함께 한 가족처럼 지내는 학내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Q. 앞으로 지역에서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정년이 지났습니다. 정년(은퇴)는 영어로 ‘Retire’라고 합니다. 저는 타이어를 다시 갈아 끼우라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마산대에서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총장을 맡았습니다. 지역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봉사이며, 그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재가 배출돼야 지역 산업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죠. 학생들이 취업을 잘할 수 있도록 각종 산업현장 관계자도 만나서 연계를 해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대학과 지역산업이 더불어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마산대는 △간호·보건계열 강화 △국제화 시대 선진교육 △취업 후 재교육이 필요 없는 교육 △지역민의 평생교육원 등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마산대 간호과와 보건계열학과는 마산대의 자부심이다. 지금까지 80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마산대는 그동안 오랜 전통으로 쌓인 비결과 수준별 맞춤 교육 등을 통해 최상의 국가고시 합격률을 자랑한다. 경남지역에서 초·중·고 보건교사로 근무하는 졸업생도 100명이 넘는다. 

또한, 마산대는 국제교류원을 통해 외국어학연수, 인턴십 프로그램, 외국 산업체 현장 연수 등을 시행하고 있다. 마산대는 세계화에 대비해 특성화 사업의 하나로 재학생 전공 맞춤형 현장연수를 연간 1회, 25명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일본이나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진행했다. 앞으로는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마산대는 노인전문요양원을 학교기업으로 운영하며 간호·보건계열 학생의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적응력과 실무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지역 주민을 위해서는 평생교육원을 운영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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