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크롤러트랙. 이름만 들어서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 와 닿지는 않겠지만 중장비 기계, 우리가 소위 말하는 굴착기나 불도저의 궤도, 트랙체인를 만드는 업체다. 싱가포르 호룡사의 투자로 진주시 지수면에 있는 외국계 기업이다. 10년째 이 회사 경영을 맡은 조행래(52) 대표를 만났다.

 

설립 9년 만에 수출 천만 불 달성

Q. 현재 생산하는 제품은요?

“굴착기나 불도저 트랙체인을 주로 만드는 업체입니다. 자동차로 치면 타이어에 해당하죠. 처음 출고된 차에 달린 타이어가 운행하다 닳으면 새로 타이어를 갈겠죠? 한 자동차에 바꿀 수 있는 타이어가 여러 종류가 있듯이 중장비도 마찬가집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저희와 같은 제품들이 다양한 상표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Q. ‘수출 천만 불 탑’을 수상했습니다. 주로 어느 곳으로 수출하나요?

“현재 북미 쪽으로 대부분 수출되고 있고 동남아시아, 남미,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비교적 개발이 많이 되어 있어 트랙체인이 들어가는 제품보다 타이어가 장착된 제품이 많습니다. 북미, 남미 이런 쪽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땅이 어마어마하게 넓어요. 동남아 쪽은 개발이 안 된 밀림 지역들도 많고요. 그러다 보니 중장비 부품에 대해 수요가 많은 편입니다.”

Q. 내년이면 회사 창립 10년입니다. 창업 때부터 경영을 맡았는데 따로 경영 공부를 했는지?

“따로 경영수업을 받은 것은 없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창원공단의 자동차 부품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2년 정도 다니다가 집에서 가까운 함안 쪽 중장비 부품 제조 업체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3년 정도 일하니 중장비 부품에 대해서 조금 눈을 뜨게 되더군요. 당시 일하면서 알게 된 분이 의령에서 트랙체인 공장을 인수했는데 저 보고 판매와 수출 업무를 좀 맡아 달라더군요. 공장 한쪽 작은 공간에 제 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오퍼상처럼 판매 활로를 열고 판매하면 수익 일부분을 제가 가져가는 식이었죠. 그러다 그 공장이 폐업을 하게 됐는데 앞서 함안에 일했던 중장비 부품업체 사장님이 의령 공장을 인수하면서 저보고 도와달라더군요. 결국, 입사하여 회사의 영업, 관리, 수출업무, 제품 포장까지 회사 모든 일들을 맡아서 했습니다, 한 5년쯤 지나 당시 고객이었던 싱가포르의 호룡이라는 곳에서 한국에 트랙링크 제조 공장을 설립하려고 했는데 절 좋게 봐주셨는지 고맙게도 공장설립과 경영까지 맡겨주시더라고요. 우리나라 트랙링크 공장들이 대부분 진주 쪽에 있는데 저희도 여기 지수면에 공장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조행래 코리아 크롤러트랙 대표 /손유진 기자
조행래 코리아 크롤러트랙 대표 /손유진 기자

현지인과 부딪히며 영어 익혀

Q. 특별히 싱가포르에서 경영자로 지목한 까닭이 있을까요?

“뭐 특별한 것은 있겠습니까? 영업을 하고자 자주 찾아뵙고 자주 통화하고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는데 그 모습을 맘에 들어 한 것 같습니다. 특별한 능력보다 현장에서 트랙링크 생산과 판매까지 모든 공정을 꿰뚫고 있는 데다가 영어로 대화가 통하니까 적격자로 봐 주신 것 같아요.”

Q. 무역을 주로 해서 영어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제 고향이 지수와 가까운 곳에 있는 함안 군북입니다. 초중고를 여기서 다 나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깡촌이다 보니 집안 농사일 돕고 특별히 학교 공부 말고는 따로 공부를 한 것은 없었습니다. 학교도 성적이랑 당시 집안 사정에 맞게 가까운 경남대로 진학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제일 자신 있던 과목이 영어더라고요. 그래서 전공도 영문학과 쪽으로 갈려고 했는데 취업도 고려하다 보니 무역학과를 가면 되겠다고 싶어서 무역학과로 진학했습니다. 해외유학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대학 졸업 후 8개월 호주로 어학연수 다녀온 게 다네요. 나머지는 국내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Q. 8개월이라면 짧은 기간인데요. 짧은 기간에 영어 실력을 쌓은 비결이 있을까요?

“8개월이라고 해도 공부를 했던 기간은 6개월이었어요. 마지막 2개월은 호주 여행을 했어요. 어학연수라고 해서 호주의 정식 학교는 아니었고 현지 어학원 같은 곳이죠. 아마 학원만 다녔으면 실력이 안 늘었을 거예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학교 청소를 하고 저녁에는 근처 마트 청소를 했어요. 생활비를 벌어서 학원에 다녔으니까 잠이 모자라도 학원을 열심히 다니게 되더라고요. 거기다 아르바이트하면서 현지인들과 같이 일한 게 영어실력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제 영어 실력이 많이 모자라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시 호주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생긴 영어회화의 자신감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코리아 크롤러트랙의 주 생산품 트랙체인 /손유진 기자
코리아 크롤러트랙의 주 생산품 트랙체인 /손유진 기자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조차도 못 잡아

Q. 10년 가까이 중소기업을 운영했는데요. 요즘 경기가 안 좋다는데 몸소 느끼는지?

“저희는 국내 판매보다 대부분 수출을 하는 업체입니다. 국내 경기보다 세계 경기 영향을 많이 받죠. 세계 경기가 작년보다 안 좋아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었습니다. 지난해 250억 원 정도 매출을 했습니다만 올해가 다 지난 것은 아니지만 올해 매출은 2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장비 쪽의 일은 원재료 철강이 차지하는 비율이 큰데 현재 환율이 오르고 있어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네요. 요즘은 잔업이 없이 5시 30분 되면 업무를 종료하고 있습니다.”

Q.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인력 수급이 좀 어려워요. 잘 아시겠지만 다들 중소기업을 꺼려요. 게다가 중장비업체 특성상 도심에 공장을 짓기가 어려워요. 통근 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내와 많이 떨어져 있는 외진 곳이다 보니 오기를 더 꺼리는 것 같아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식당과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요즘 외국인 근로자들도 공장이 시내랑 멀면 잘 안 오려고 해요. 물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복지 혜택도 많이 부족하고 업무에 비해 급여도 차이가 크다는 것은 압니다. 그런 차이를 많이 줄여 보려고 애쓰고는 있습니다만 중소기업 경영이 주변 상황에 따라 워낙 영향을 많이 받아서요.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게 하려면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많은 대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청년 구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도 아직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열심히 하면 저처럼 기회는 찾아온다는 그런 뻔한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솔직히 그 기회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면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맞닥뜨릴 때 그냥 흘려보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무엇이든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직원들이 제 영어 발음이 아직도 구리대요. 발음? 그런 거 신경 쓰면 영어 절대 안 돼요. 외국 구매자들에게 제 진심만 전달되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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