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 모순된 현실 꼬집어
연출·희곡상까지 수상 3관왕
극단 내 유대감·완성도 조화
〈선녀씨 이야기〉 이후 또 결실

경남 대표로 참가한 거제 극단 예도의 <꽃을 피게하는 것은>이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와 함께 예도는 이번 연극제에서 개인상인 연출상(이삼우)과 희곡상(이선경)을 휩쓸며 3관왕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7년 만에 두 번째 쾌거 = 대한민국연극제는 지난 25일 오후 7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폐막식을 열고 수상작을 발표했다. 올해는 전국 광역시·도를 대표하는 극단이 참여해 경연을 펼쳤다. 애초 16개 작품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충북 극단 시민극장의 <은밀한 제안>이 '미투'에 연루된 작가의 작품으로 밝혀져 공연 자격이 박탈됐고 또 한 팀은 경연 기준(행정상) 문제로 경연 심사에서 제외됐다.

경남은 지난 2012년 예도가 <선녀씨 이야기>로 대상을 받은 후 7년 만에 다시 대상에 올랐다. 당시 대본을 각색했던 이선경 씨는 이번 대상작에 극작가로 참여했다.

<꽃을 피게하는 것은>은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모순을 표현한 작품이다. 배경은 사립 고등학교 교무실로 불합리한 교육 현실에 저항하는 기간제 수학 교사 강민정과 시인의 꿈을 접고 적당히 현실에 순응하는 국어 교사 김재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연극은 교육 현장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대사와 국어 교사가 낭독하는 감상적인 시가 묘한 대비를 이룬 게 특징이다.

정동환 심사위원장은 "경연 참가작 14편은 각 지역 대표작임에도 전반적으로 특색 없이 획일적인 성향을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며 "하지만 대상작 <꽃을 피게하는 것은>은 시대적 호명에 대답하는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한편 본선 경연 외 네트워킹페스티벌에서 마산 극단 상상창꼬의 <후에>에 출연한 배우 강주성이 개인상(배우상)을 받았다.

▲ 극단 예도의 <꽃을 피게하는 것은> 공연 모습. /대한민국연극제 사무국
▲ 극단 예도의 <꽃을 피게하는 것은> 공연 모습. /대한민국연극제 사무국

◇단원 간 신뢰, 응원 밑바탕 돼 = 예도(藝島)는 창단 30주년을 맞은 올해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1989년 10월 최태황 등 6명이 거제도를 예술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극단을 만들었고 지난 1993년 연극협회에 정식 가입했다. 이후 명실상부 경남 최고 극단으로 성장했다. 단원은 40명으로 이삼우 연출가를 제외하곤 공무원·자영업·택시기사 등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경남연극제 대상작만 출전하는 대한민국연극제에 여섯 번이나 출전해 모두 상을 받았다. 2007년 <흉가에 볕들어라>, 2009년 <거제도>, 2018년 <나르는 원더우먼> 단체 금상을, 2010년 <주인공>으로 은상을 받았다. 개인상인 연출상이나 연기상도 빠짐없이 받았다. 대상은 2012년 <선녀씨 이야기>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김진홍(47) 예도 대표는 "우리는 단원이라 안 부르고 식구라고 부른다. 그만큼 끈끈한데 강한 믿음, 신뢰가 이번 수상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연극을 할 때 항상 즐겁게 하자, 행복하게 하자라는 모토로 해왔다. 오히려 그런 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연출상과 희곡상을 받은 이삼우 연출가와 이선경 극작가는 명콤비다. <사랑은 룸바를 타고>, <나르는 원더우먼>, <꽃을 피게하는 것은> 등을 함께 작업했다.

이삼우(47) 연출가는 "아버지로서 아이를 키우고, 학교에서 연극을 가르치면서 교육에 대한 질문이 생겼다.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학교는 이 학생에게 어떤 공간일까, 작품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과거 연극은 관객들에게 이렇게 살아야 해라는 계몽극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어때요, 어떨까요라고 연극을 통해서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극이 많아졌다. 앞으로 더 정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을 쓴 이선경 씨는 실제 국어교사다. 이 극작가는 "저를 믿고 글을 계속 쓸 수 있도록 응원해준 단원 식구들에게 감사하다"며 "올초만 해도 작업이 너무 안 돼 희곡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상을 수상하고 여러 선생님들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들어 앞으로 희곡을 계속 써도 되는 허락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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