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에 대한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합의문을 자유한국당이 휴짓조각처럼 찢어버리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국회가 나라를 위해 온당하게 일하기를 석 달 가까이 기다렸건만 국민의 순박한 기대는 한순간에 허망하게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국회는 헌정이 중단될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하루도 빠짐없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이는 국회의원과 여야 정당 모두가 국가와 국민 앞에 지켜야 할 절대적인 의무이다.

국회가 장기간 휴업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주된 책임은 명백히 자유한국당에 있다. 참을 만큼 참아온 국민들로서는 최근의 정국이 과연 국회 정상화를 거부할 만한 명분이 있는 사태인지 자유한국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나 일부 상임위에만 선별 복귀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정상화를 거부할 정당성은 매우 약해 보인다. 재해대책안이나 추경안 심의는 보이콧하면서 정권에 대해 공세를 펼칠 장은 열겠다는 식이니 당리당략에 치우친 행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자신들의 이해가 민감하게 얽혀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법안 등을 막는 데에는 급급하고, 민생현안과 법안 처리는 산적한 채 버려두는 것이 과연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제1야당의 처신에 합당한지 스스로 진지하게 묻기 바란다.

합의안을 팽개친 자유한국당의 앞날은 종잡기 어렵다. 한편에서는 원내지도부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임을 운운하며 강경한 대여 투쟁을 부추기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론의 악화를 의식하여 무조건 등원을 거론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심각하기 짝이 없다며 고함을 지르면서도 실제로 국민의 하루하루 살림살이에 결정적인 의안 처리는 외면하고 있으니 공당으로서 제구실이나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국회도 직장이요, 고액 연봉을 받으려면 그만큼 성실히 일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출근부터 제대로 하고 국민을 위하는 일에 충실히 임하기 바란다. 싸울 일이 있어도 직장에서 다투고, 협상하고 합의해서 마땅한 성과를 내기를 국민은 원한다. 보통 직장인 같으면 이런 꼬락서니를 용납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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