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도의회 본의회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무산될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되고 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임기 내 재추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박 교육감의 이런 입장을 두고 경남도의회를 설득해 보지도 않고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은 도의원들과 이미 할 수 있을 만큼 대화와 소통을 했다고 밝혔다. 상당히 예견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로 보인다. 게다가 이미 존재하는 초·중등교육법 18조 4호인 학생 인권보장 조항을 근거로 하여 학교 내 학생인권의 보호에 나서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법적 강제력이 미흡한 경남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 적법한 법령의 현실적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능하다는 말인 셈이다. 이 해결 방안을 좀 유심히 뜯어보면 결국은 도의회 무능론 혹은 무용론이 나올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적 기관인 도의회가 자신들이 해야 할 책무를 방치할 경우 궁극적으론 중앙정부의 권한만 강화되는 결과만 가져온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이데올로기 조작에 가까운 정략적 공세마저도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공박하지 못하면 궁극적으론 기존의 합법적 테두리와 틀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이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실효성을 높이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의원들이 기득권 세력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면 그들에게 주었던 권한을 오히려 회수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자치단체 수준의 조례 제정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법령을 강화하는 방안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일련의 일들이 경남학생인권조례에서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도의원 중에서 몇몇은 보수적인 교사나 종교기관의 눈치를 볼 수도 있다. 유권자의 눈치를 살피는 행위를 문제라고 몰아세울 수는 없다. 그러나 청소년 학생들의 인권문제를 당장은 유권자가 아니란 이유로 방관하는 건 분명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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