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협력 기능 수행에 적합
긴급신고 시스템 등 확대 추진

최영미 시인은 '24시간 편의점'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시의 도입부가 '언제든지 들러다오 편리한 때. 발길 닿는 대로 눈길 가는대로'였다. 이와 같이 편의점은 시인에게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국민적 종합생활서비스 공간이자 시민들의 삶에서도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편의점은 치안유지 면에서도 훌륭한 장소다. 한국 사회에서의 편의점의 역할을 통찰한 <편의점사회학>(전상인 지음, 민음사, 113p)에는 "편의점이 위치한 장소가 대부분 교통상의 요충지인데다가 24시간 개방되어 수많은 손님들이 오간다는 점에서 공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도시공간을 활용한 범죄예방이론인 셉테드(CPTED)이론에서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해당 장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중적 감시능력을 늘려 치안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을 권장하고 있다.

이같이 편의점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예방에 관한 것에 대해 소개해 보겠다.

첫째, 무다이얼링 시스템이 있다. 이것은 전화기에 설치된 시스템으로 편의점에서 강도나 절도와 같은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저절로 112로 신고되는 시스템이다. 이는 위급 상황 시 간단하게 112로 신고할 수 있어서 시민들의 체감안전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화기를 잘못 건드려 오작동 되어 경찰관이 출동하게 되는 사례가 간간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편의점 직원들의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POS 시스템이다. 이는 버튼형 신고장치로서, 결제용 계산대 기기에 원터치 신고 버튼이 있어서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신속하게 경찰과 고객센터와 가맹점주에게 자동신고가 가능한 치안프로그램이다. POS신고 시스템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고가 가능하며 오인신고가 거의 없어서 애용되고 있다. 경찰청은 BGF리테일과 함께 CU 편의점에 부착된 'POS 긴급신고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다만 무다이얼링과 달리 POS는 설치 비용이 부담되는 것이 단점이다.

김해서부경찰서에서도 편의점을 대상으로 다양한 치안 시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시책이 신장측정표(폴라인)다. 편의점 직원들은 야간에 갑자기 침입한 범죄자를 지나치게 위압적으로 느낀 나머지 범죄자의 키를 실제보다 크게 느끼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편의점 출입문에 붙인 줄자 형태의 부착물이 폴라인이다. 편의점 직원은 줄자를 통해 모든 출입자를 볼 수 있어서 실제 키와 동일하게 피의자를 인식할 수 있고 침착하게 신고하기도 수월해진다. 폴라인 부착을 시작한 2019년 4월 이후로 김해서부 관내에서는 편의점 대상 절·강도 범죄가 한건도 발생하지 않음으로써 효과를 실증하기도 했다.

셋째는 탄력순찰 및 공감UP 순찰이다. 탄력순찰은 순찰신문고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순찰경로를 지정하는 시책으로 관내 편의점도 순찰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공감UP 순찰은 순찰 중인 경찰관들이 직접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주민들의 안정감을 높여서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는 시책이다.

<편의점사회학>에는 편의점의 확산은 빠른 사회변화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나와 있다. 날로 변화하는 사회환경에서 셉테드 등의 범죄예방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협력치안을 달성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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