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경영·인사권 행사 RG발급 차질 등 위기 초래

성동조선해양 회생을 갈망하는 노동자들은 새 주인 찾기를 위해 정부와 경남도의 유인책이 절실하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성동조선 노동자들은 지난 4월 15일부터 경남도청 앞 정문 인도에서 천막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위로나 격려도 없었다. 농성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지역경제를 위한 회생방안 등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박경태(사진) 금속노조 성동조선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수의계약이라도 할 수 있도록 인수자 유인책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박 부지회장은 "돈을 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이 아닌,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지원책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조선업 정책방향을 분명히 설정하고 중형조선사를 살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 노동자들을 혈세 먹는 하마가 아닌, 지역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성동조선은 지난 2008년만 해도 세계 8위 조선소에 오를 정도로 업계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 2008년에는 협력업체를 포함해 노동자 1만 2000명이 성동조선에서 일했다.

26일 현재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보안업체를 제외하고 모두 일자리를 잃고 떠났고, 성동조선 직원 720명 중 100여 명만이 교대근무를 서고, 620명은 무급 휴직을 낸 상태다. 성동조선지회 조합원들도 2013년 1100여 명에서 현재는 500명으로 크게 줄었다.

무급 휴직자들 중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난 이들이 많다.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또 일부는 다른 조선소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박 부지회장은 키코가 성동조선이 무너진 발단이 되긴 했지만 핵심은 채권단에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정부와 금융기관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길 요구했다.

박 부지회장에 따르면 성동조선은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위해 무리하게 키코에 투자했고 채권단이 성동조선을 지배한 구조가 되면서 RG 발급에 차질이 생겼다. 노조는 조선산업 이해도가 낮은 비전문가들이 경영관리단장이나 부단장 등으로 올라가면서 대표이사는 결정권을 잃은 구조가 됐다고 분석했다.

박 부지회장은 "일부 언론에서 성동조선에 투입된 세금이 노동자들 배를 불리는 데 쓰인 돈이 4조, 5조 원이라고 하는데 터무니없다. 성동조선의 노동자들은 잘못이 없다. 지난 2010년 이후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선박 수주와 경영, 인사권을 행사해 왔다. 수주단계에서도 영업방해와 RG발급 거부로 현 사태를 유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이사로 온 분들은 직원 급여 결재조차 못하는 구조에서 일을 해왔다. 지금의 상황을 사실상 책임을 져야 할 주체는 채권단과 중소형조선산업 회생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라고 비판했다.

박 부지회장은 내년 12월 31일까지 무급휴직을 유지해야 하는 신분임에도 성동조선이 존폐기로에 선 만큼 개인보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뛰어야 할 시기라고 했다.

그는 "우리 노동자들은 4개월이란 제한적인 시간 동안 성동조선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생계지원을 말할 시기가 아니다. 성동조선은 최신설비를 갖춘 조선소다. 매수자만 나타난다면 다시 반등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법원이 감안해주길 바란다"며 "고용문제는 경영 정상화 후 논해도 늦지 않다. 법원이 빠른 정상화를 위해 새 주인 찾기를 위한 노동자들의 절규에 응답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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