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의 경우 3개월 안에 호전돼
발목·다리 이상 있을 땐 진료를
MRI만으로 원인 파악 어려워
증상 청취·신경학적 진찰 도움
시술 때도 후유증 등 따져봐야

온라인에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도리어 너무 많은 정보는 신뢰도를 검증하기 어려워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건강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엉터리 정보는 건강을 지키긴커녕 더 해칠 수도 있어 위험합니다. 삼성창원병원이 '명의'로 꼽는 교수들에게 '질환'과 '건강'에 대한 조언을 들어봅니다.

삼성창원병원이 먼저 추천한 전문의는 신경외과 어환(65) 교수이다. "환자에게 수술을 잘 권하지 않는 의사"라고 소개했다. 어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척추센터장 등을 지냈다. 어 교수가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로 조언하고 싶다고 꼽은 부분은 바로 '요통'. 어 교수는 "요통은 대부분 자연 치유된다"며 "과잉 검사, 과잉 치료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성 요통과 만성 요통

요통은 우리나라 성인의 80% 이상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감기 다음으로 흔하다고 보는데,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며 원인도 다양하다. 요통은 진단명이 아니라 증상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허리 부분에서 발생하는 통증을 일컫는다.

통증 지속 기간이 6주 이하인 급성 요통, 6~12주 지속되는 아급성 요통,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요통으로 나눈다. 급성 요통은 가장 흔한 형태의 요통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하지만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단기간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손상된 조직이 회복되는 데는 3개월가량이 걸리는데, 이 기간에 회복되지 않으면 만성 요통이라고 한다.

요통의 원인으로는 △근육이나 인대가 손상되어 발생하는 염좌 △디스크 내부의 노화현상으로 인한 퇴행성 디스크 △흔히 디스크로 알고 있는 추간판 탈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며 허리나 다리에 통증을 일으키는 척추관협착 △노인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골다공증성 압박골절 등이 있다. 70%가량은 근육 손상이나 인대손상으로, 일을 심하게 하거나 할 때 생길 수 있으며, 자연히 호전될 수 있다.

어 교수는 "급성으로 생기는 요통은 추간판(디스크) 탈출증도 있지만, 디스크가 찢어져서 생기는 디스크 내장증이 있다. 이것은 자연히 치유되는 것"이라며 "감기 걸렸을 때 지나치게 병원 찾을 필요 없듯이, 요통이 생겼다고 해서 바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급성이 아닌 만성요통이라고 해서 크게 우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 교수는 "만성 요통은 퇴행성 변화에 의한 통증이 많다.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심한 이상을 일으키는 병변이 없는 경우 자연 회복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조금 오래 지속되는 통증이 있다고 해서 꼭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 어환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환자에게 수술을 잘 권하지 않는 의사'로 통한다. 어 교수는
▲ 어환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환자에게 수술을 잘 권하지 않는 의사'로 통한다. 어 교수는 "요통은 대부분 자연 치유된다"며 "과잉 검사, 과잉 치료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치료가 필요한 요통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요통과 함께 다른 증상이 있는 경우이다. 어 교수는 "요통만 가지고는 크게 염려를 안 해도 되는데, 요통과 더불어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있을 때는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요통이 있으면서 가령 발목이 잘 안 움직이거나, 다리 힘이 빠지거나, 대소변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급히 병원에 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도 자연 호전되기도 하므로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좋다.

어떤 경우 꼭 수술해야 할까.

어 교수는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진통제를 사용해도 2~3개월 이상 통증이 심해지고 일상생활이 어려우면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수술을 하면 초기 1~2년은 환자 상태가 좋지만, 2~3년이 지나면 수술을 하나 하지 않으나 상태가 비슷하다고 본다. 따라서 초기에 증상이 소실돼 사회에 복귀할 필요가 있는 환자에게 수술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또 "발목에 힘이 훅 떨어지는 경우는 비교적 빨리 수술해야 하는데, 약간 떨어진 걸 훅 떨어진 걸로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근력이 약간 떨어진 경우는 수술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5등급 중 2등급 이하로 근력이 떨어지면 가급적 빨리 수술해야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드물지만, 대소변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응급으로 수술해야 한다.

즉 신체적인 기능에 장애가 있을 때 기능 장애를 회복시키거나 기능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는 수술은 적정한 선택이지만, 요통만 있을 때 응급으로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 적정한 치료 선택이 아니다.

 

◇과잉 검사·과잉 치료

어 교수는 인터뷰 내내 과잉 검사와 과잉 치료를 주의하라고 말했다.

어 교수는 "고가의 MRI를 찍으면 대부분 사람은 퇴행성 변화에 의한 이상 소견이 반드시 관찰된다. 이 부위를 통증 원인으로 판단해 치료를 권유 받는 경우가 있는데, MRI 사진 속 이상 소견이 요통의 원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며 "MRI 검사만으로 요통 원인을 알 수 없다. 사진을 보고 통증과 일치하는 이상 소견이 있는지 진찰해 봐야 한다. 오히려 진료실에서 특징적인 증상을 잘 청취하고 신경학적 진찰 검사를 통해 통증의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허리 통증 치료와 관련해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각종 '시술'이다. 수술과 시술의 차이점을 질문하는 사람도 많다.

일부 의사는 시술은 국소마취를 하거나 마취 없이 주삿바늘 또는 가느다란 카테터를 피부를 뚫고 몸 속으로 삽입, 원인 병소 주변을 조작해 원인 병소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 없이 통증만을 줄이려고 하는 치료법, 수술은 전신마취 또는 국소마취 후 피부를 절개해 근본적으로 원인 병소를 치료하는 수술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 교수는 "시술이 곧 수술"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집단조차도 무엇이 시술이고 무엇이 수술이라고 규정한 것이 없다는 것.

어 교수는 "미국의 진료지침에는 수술이 굉장히 광범위하다. 환자에게 가해지는 행위를 모두 '서저리(surgery·수술)'라고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10~20년 전부터 레이저 등을 이용해 과잉으로 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 수술에 대한 비판이 많아졌다. 또 과잉 수술에 따른 후유증과 합병증이 많아져 수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커짐에 따라 이전에 수술이라고 했던 것을 시술이라고 바꿔 부르는 면도 있다"고 했다.

이어 "수술의 현대적 개념은 매우 광범위해지고 있다. 수술용 칼로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방사선으로 치료하는 것도 수술이라고 한다. 한 예로 두피나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감마선을 사용해 머릿속의 종양을 태우는 치료법을 감마나이프 수술(Gamma knife surgery)이라고 한다. '서저리'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 교수는 "시술도 의학적으로는 엄연히 수술이므로 거의 동등한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시술을 가볍게 생각해 섣불리 선택하기보다는 꼭 그 치료를 해야 하는지, 다른 치료법은 없는지, 후유증과 합병증은 어떠한 게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며 "환자들에게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신의료 시술에 현혹되는 것을 경계하고, 치료 효과가 검증된 표준 치료법을 선택할 것을 조언한다"고 밝혔다.

▲ 어환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 어환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운동과 자세 바꾸기

평소 허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과 유연성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유산소 운동으로 대표적인 것이 걷기. 허리가 아픈 사람, 목 디스크가 있는 사람 등에게 걷기 운동이 도움된다. 혈액 순환도 좋아지고, 심장에도 도움되며, 혈당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며 어 교수의 '걷기 찬양'이 이어졌다.

유연성 운동은 스트레칭을 들 수 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회사원이나 학생들이 중간중간 스트레칭으로 관절을 이완하는 것이 좋다.

운동과 더불어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자세 변경이다.

어 교수는 "오래 앉아있는 것은 물론 오래 서 있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 바닥에 앉는 것은 특히 안 좋다. 50분 앉아 있으면 5~10분 일어나서 움직여야 한다. 고정된 자세로 오래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나쁘다"고 말했다. 고정된 자세로 1시간을 넘기지 말라고 충고했다. 나이가 들수록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어 교수가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도 걷기.

어 교수는 "걷기 운동을 적어도 일주일에 3회, 1시간씩 하려고 한다. 따로 시간을 못 낼 때는 집에서 병원까지 30분간 걸어서 출퇴근하기도 한다. 자세 변경은 사무실에서 틈틈이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몸이 뻐근하거나 불편하다고 신호하면 일어나서 스트레칭이나 걷기 운동을 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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