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 14명이 훈련 중 발생한 성희롱 사건으로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전원 쫓겨난다.

25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남자 선수 ㄱ은 17일 선수촌에서 진행된 산악 훈련 중 남자 후배 ㄴ의 바지를 벗겼다. 여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던 상황에서 심한 모멸감을 느낀 ㄴ 선수는 선배인 ㄱ 선수에게 성희롱 당했다며 감독에게 알렸고, 감독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보고했다. ㄱ과 ㄴ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이다.

신치용 선수촌장은 쇼트트랙 대표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ㄱ ,ㄴ 선수를 포함해 남자 7명, 여자 7명 등 대표 선수 14명을 전원 한 달간 선수촌에서 쫓아내기로 24일 결정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4월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었다. 퇴출당한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훈련을 이어갈 참이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빙상연맹의 진상 조사를 기초로 체육회가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국가대표 심석희 성폭행 파문으로 체육계와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쇼트트랙은 또 한 번 한국 엘리트 스포츠에 먹칠했다. 쇼트트랙은 파벌, 짬짜미, 지도자의 선수 폭행도 모자라 성폭행, 성희롱 등으로 갖가지 적폐를 노출해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이라는 위상을 잃고 체육계와 국민의 눈밖에 난 지 오래됐다. 특히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사건은 자정 능력을 상실한 체육계에 더는 사태 해결을 맡길 수 없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준거가 됐다.

과거와 달라진 성(性) 민감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심한 장난' 정도로만 여기다가 비난을 자초했다는 게 체육계의 판단이다. 자신이 몸담은 종목과 조직이 체육계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 선수들의 철없는 행동이 일을 더 키웠다.

한 체육인은 "남자 선수의 여자 숙소 무단출입, 이번 성희롱 사건에서 보듯 쇼트트랙은 통제가 되지 않는 종목"이라고 혀를 찼다. 선의의 피해를 막고자 쇼트트랙 종목에 특단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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