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이 만들어낸 2년 전 경남FC 돌풍
원팀 의기투합해 이번 시즌 반전 만들길

'초심'. 처음 먹었던 마음이다. 대부분 시작은 담대하다. 거칠 것이 없어 보이고 웬만한 리스크는 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막상 세파에 던져지면 그게 얼마나 보잘것없는 만용이었는지 깨닫고 부숴질 수도 있지만, 그 초심은 언제나 힘겨울 때 돌아보고 기운을 차리는 '힘'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초심이 작동할 때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면 초심의 가치는 더 중요해진다.

경남FC가 4~5년 전처럼 위기에 빠져있다. 넉넉하게 잡고 한 달. 그냥 한 2주 정도만 버티면 반전의 계기가 올 듯도 한데 야속하게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2017·18년 경남이 보여준 돌풍과 파괴력은 '절실함'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본다. 더는 망가질 것도 없는 막다른 곳까지 내몰렸고, 벗어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실함'이 17년 원동력이었다면, 갓 1부에 올라왔다고 깔보고 비아냥거리는 시선에 대한 종주먹질이 18년 원동력이었다. 팀도 그렇지만 김종부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 선수단 면면까지 대부분 그러했다.

그런 경남 선수단 분위기가 올 시즌 들면서 확연히 달라졌다. 뭔가 활기가 넘쳤고,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아시아 무대(ACL) 첫 도전도 부담보다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이게 여러가지 요인으로 흔들리고 무너지니 걷잡을 수 없이 내몰려 온 게 지금이다. ACL 도전은 조별리그를 넘어서지 못했고, 리그 성적은 처참하다. 올 시즌 3가지 도전(ACL, FA컵, K리그)을 통틀어 봐도 승리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지난달 22일 말레이시아 조호르다룰탁짐과 ACL 경기 승리가 마지막이었다. 중심이 되는 K리그만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 3월 30일 대구FC와 홈경기 승리가 마지막이었으니 거의 석 달 동안 승리가 없다. 그나마 최근 경남은 무승부가 많아졌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최근 5경기에서 3무 2패다. A매치 휴식기 이후 하위권 클럽인 성남FC, 인천유나이티드에 승리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승점 2를 확보하면서 강등권인 11위 이하로 처지지 않았다. 여전히 경남은 지난 2년간의 그런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반전의 전기는 마련하고 있다. 경영진과 코칭스태프,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지난 시절을 되짚어보고 분위기 반전에 의기투합하고 있다. 아직 지난해 그 끈끈했던 선수단 분위기에는 못 미친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위축되는 부분, 부상 선수들이 많고 공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 김종부 감독은 '말컹 원맨 팀이 아니라 경남 원팀'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근래 경남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손쉽게 '원맨 팀'을 요구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도민 구단으로서 선수 이적료로 수십억 원을 쓰고 선수 1명에게 100억 원 넘는 연봉을 쓸 수는 없다. 결국 '원팀'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게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아직은 불안하고, 아직은 모자라고, 아직은 믿음이 덜 가지만 여러모로 변화의 가능성, 초심 회복 의지는 읽힌다. K리그 반환점(19경기)은 아직 남았다. '초심'의 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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