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단체 "촛불정신에 위배"
당내 자성론 "대응 안일했다"

경남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자동폐기 하는 쪽으로 결론짓자, 찬성 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송영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이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킬 순 없지만, 낙선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송영기 위원장은 25일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민주당 도의원들이 이런 의제조차 결론짓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는가. 명백한 촛불정신 위배"라며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민주당 후보를 당선은 못 시키더라도 낙선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7월 19일까지 도의회 앞 천막농성장을 스스로 접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민주당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회의를 통해 성과와 한계를 짚은 뒤 앞으로 투쟁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도 논평을 통해 "11대 도의회는 58명의 도의원 가운데 촛불 항쟁으로 34명의 민주당 도의원이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에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는 도당 위원장이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서부터 의장이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 24일 도의원들이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까지 한통속임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도의원 내부에서 자성론도 나왔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찬성하는 송순호(민주당·창원9) 의원은 "민주당이 도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략적 사고' 없이 의정활동과 정치를 지속한다면 '당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건 도민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도의회 구성도 촛불혁명의 산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여기에 부응할 책임과 과제가 있고, 학생인권조례 제정도 해당한다. 하지만 당 내부도, 시민사회 진영도 당연히 될 것이라는 인식 속에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번 조례안과 관련해 무엇보다 토론과 논의로 더욱 책임성 있게 나서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뜻도 전했다. 송 의원은 "민홍철 도당 위원장이 상무위원회 회의서 당론으로 정하지 않겠다고 발언을 했고, 이후 조례안을 가결하면 안 된다고 본 의원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 "사실 당론을 정하지 않겠다는 건 조례안을 내년 총선 유·불리로 판단했다는 걸 보여준다. 처음부터 함께 지혜와 의지를 모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일단, 교육청이 낸 이번 조례안은 재적의원 3분의 1(20명) 이상의 동의로 본회의에 상정이 가능한 7월 19일까지 '살아있는 상태'로 있다가 자동폐기될 예정이다.

이후 학생인권조례안은 도교육감이 도의회로 제출하거나 의원발의, 주민발의 등으로 제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박종훈 교육감은 임기 내 조례 재추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의원 1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제출할 수 있는 의원발의도 의원 간 상당한 조율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진행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주민조례 제정 청구 등 주민발의를 통한 방법이 남아 있다. 주민조례 제정 청구는 19세 이상 도민 100분의 1 이상 서명을 받아야 하기에 추진주체 등 준비작업이 만만찮다. 송 의원은 "학생인권조례안 재추진은 내년 총선을 지나 하반기 도의회 원구성을 새롭게 한 이후쯤 어렵겠지만, 주민들이 발의해 준다면 가능성이나 명분면에서 보다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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