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저도 시범 개방을 앞두고 청와대 경호처가 난데없는 어깃장을 놓았다. 여태 잠잠하다 갑자기 모래 해변 개방을 보류하자며 딴죽을 건 모양새다. 경호상 이유라는데, 구체적인 까닭은 밝히지 않아 알 길이 없다. 거제시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 별장 공개도 불투명한 상황인데 해변까지 비공개하면 섬을 개방하는 의미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여서다. 시는 인공적으로 만든 모래 해변(해수욕장)을 저도 탐방 핵심 요소로 꼽는다. 해변이 공개 대상에서 빠지면 산책로 등 탐방 동선이 아주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위치부터 그렇다. 해변은 유람선이 오갈 계류 부두 오른편에 있다. 여길 막아버리면 대통령 별장(1관)과 수행원 숙소(2관), 골프장 등으로 이어지는 섬 한쪽이 사실상 차단된다. 이게 경호처 노림수인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제 저도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돼 있다. 이런 배경에서 청와대 경호처의 해변 개방 보류 견해는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문턱을 낮추고 빗장을 풀려는 대통령 국정 철학과도 동떨어지는 인식이다. 저도 개방은 변광용 거제시장 공약이기도 하다.

시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청와대 측과 해변 개방 문제를 말끔히 매듭지을 작정이다. 어정쩡한 상태로 개방하느니 아예 개방을 미루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저도의 조속한 개방과 소유권 이전 등을 요구해온 거제시발전연합회는 다음 달 18일 청와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제 청와대가 답할 차례다. 저도 개방 열쇠를 쥔 대통령 생각도 궁금하다. 저도를 오롯이 시민 품으로 돌려줄 의향은 없는지 밝히는 게 문제를 푸는 지름길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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