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29·30일 방한
비무장지대 '깜짝 만남' 전망도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무산' 이후 4개월여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에 '친서 외교'가 펼쳐진 데 이어 20~21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과 북중정상회담이 있었다. 특히 27~29일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직후(29~3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순풍에 돛 단 듯했던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진 결정적 이유가 북미 간 입장차였던 만큼 일단 가장 시선이 쏠리는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김 위원장 사이에 오간 서신 내용과 그 반응이다.

의례적인 발언일 수 있지만 양측의 일성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멋진 편지"라며 "지금 당장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했고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훌륭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깊고 중요하게) 생각해 볼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와 관련해) 북한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아마도 꽤 높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말 그대로 당장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 때 비무장지대(DMZ)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3인의 '깜짝 만남'설이 돌아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4일 t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는 김에 DMZ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북쪽 지역으로 못 넘어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에 "아직 알 수 없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섣부른 낙관은 물론 위험하다. 북미 양 정상의 대화 의지가 확인된 것은 분명하나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의 핵심 쟁점이었던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가 접점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 국무부는 북중정상회담이 한창이던 지난 21일 "미국은 우리의 파트너 및 동맹국,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 달성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못 박기도 했다.

미국 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내외 사정도 긍정과 부정의 측면이 혼재한다. 북한과 대화 재개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이란과 군사적 긴장 고조와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재선 도전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이는 북한과 협상에 도움이 될 수도, 반대로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요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실험 전면 중단 및 완전한 비핵화라는 너무 큰 성과(이른바 빅딜)에 집착한 나머지 지난 2월처럼 부분적 진전(스몰딜)은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시진핑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서 모종의 북측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있지만 이것도 반신반의 분위기다. 북미 양 정상 간에 이미 친서가 오고 간 상황인 데다 중국 측 역시 북핵 문제 해결보다는 미-중 간 무역전쟁과 홍콩 민주화 시위 협상 및 무마 카드로 북한을 활용한 인상이 짙은 까닭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최근 한 강연에서 "미국은 제재 완화를 마지막으로, 북한은 제재 완화를 시작으로 본다"고 비핵화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할 때, 대선 전인 올해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특히 남북 경제협력은 북한에 대한 통제된 접근에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므로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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