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마산합포구~함안
정상 주인 19차례 바뀐 격전지
구덩이·총탄흔적 바위 등 남아
주민 "호국탐방길 조성" 제안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과 함께 반격전 기틀을 마련한 마산 진동리지구전투 유적을 창원시가 더 알려야지요."

서북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가팔랐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진전면과 함안군 여항면에 걸쳐 있는 해발 738.5m 서북산. 인근 여항산과 더불어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방어선 전투가 치열했던 곳이다.

1950년 8월 미군과 국군은 마산 일대를 사수해야 했다. 마산 일대에 방어선을 구축해 북한군이 부산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총력을 쏟았다. 북한군 역시 진격하고자 총공세를 퍼부었다. 9월 14일까지 45일간 밤낮없이 전투가 이어진 가운데 서북산 정상 주인은 19차례나 바뀌었다. 결국 미 제25사단 제5연대가 북한군을 격퇴하며 유엔군의 총반격이 가능케 됐다. 그러나 많은 이가 숨지는 등 엄청난 희생도 뒤따랐다.

▲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서북산 바위. /최명근
▲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서북산 바위. /최명근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오르자 수풀에 덮인 구덩이가 간간이 나왔다. 제종열 진북면 학동마을 이장은 "전투 당시 팠던 구덩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에 서북산 전적비가 서 있었다. 1995년 11월 미군 로버트 티몬스 대위의 아들인 리처드 티몬스 주한 미8군 사령관, 하재평 39사단장과 장병, 주민들이 뜻을 모아 비를 세웠다. 국가보훈처는 2013년 11월 29일 이 비를 현충시설로 지정했다.

제 이장은 창원시가 서북산 전투 유적을 보존하는 데 앞장서고 시민에게 역사적 의미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에는 구덩이와 총탄 흔적이 남은 바위 등 격전지 유적이 많이 없다"며 "정비가 안 된 곳을 시가 호국탐방길로 만들어 보다 많은 시민이 알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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