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불어넣은 장난감 주인공
1995년 첫 등장 '상상의 힘'여전
정체성 찾아 나서는 여정 그려내

※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픽사의 상상력은 방문을 닫고 나오고 나서 혹은 잠을 자는 동안 우리와 똑같은 마음을 갖고 생각을 할 줄 아는 장난감들의 세계를 펼쳐 놓았다.

세 편의 시리즈를 지나는 동안 앤디의 애착 인형과도 같았던 우디는 라이벌로 만난 버즈와 친구가 되고, 희귀품으로 납치를 당하기도 한다. 앤디의 성장과 함께 다락방으로 보내지거나 보육원에 기증될 운명에 처하는 등 고난한 시절을 보낸다. 장난감 친구들과 상상의 나래를 폈던 시절을 지나 대학생이 된 앤디는 이웃에 사는 보니에게 장난감을 넘기고 우디와도 이별한다.

시리즈의 완벽한 마무리. 그렇게 9년 세월이 흐르고서 픽사는 <토이스토리 4>(감독 조시 쿨리)와 함께 다시 찾아왔다. 새 주인을 만난 우디와 장난감 친구들. 앤디에게 가장 먼저 선택받던 우디가 보니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장난감이 되고 만다. 보니에게 선택받는 날보다 옷장 안에 머무르는 날이 더 많아진 우디. 보니를 원망하기보다 "아이들은 원래 다 그래. 내가 꼭 아니어도 보니만 행복하면 돼"라고 생각하지만, 앤디가 그랬던 것처럼 보니도 언젠가 자신을 다시 찾아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유치원에 가게 된 보니. 낯선 환경에 두려워할 보니를 몰래 따라가 도움을 주는 우디. 우디의 도움으로 보니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왔다. 이름은 포키, 재료는 쓰레기다. 보니에게 '지금' 포키는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다. 문제는 포키. 자신이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포키는 틈만 나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포키가 있어야 행복한 보니를 위해 우디는 포키를 달래고 어르고 설득하며 정체성을 일깨워 준다. 보니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며. 모처럼 여행을 떠난 보니의 가족. 그런데 쓰레기와 장난감 사이에서 혼란을 겪던 포키가 캠핑카에서 탈출하고 만다.

우디는 슬퍼할 보니를 떠올리며 포키를 찾아 망설임 없이 캠핑카에서 떨어진다. 포키를 찾는 여정에서 우디는 우연히 오랜 친구 보핍을 만나고 그녀를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더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면 어떡하지?"

유한한 장난감의 운명을 알면서도 언제나 앤디 곁에 있고 싶었던 우디. 매 시리즈 시련이 닥칠 때마다 늘 앤디를 생각하며 조금씩 성장한 우디는 결국 마주한 앤디와의 이별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안녕. 파트너."

▲ 영화 <토이스토리 4> 주요 장면. /스틸컷
▲ 영화 <토이스토리 4> 주요 장면. /스틸컷

<토이스토리 4>의 시작과 함께 우디는 보니에게 선택받는 일이 점점 적어져도 보니가 아끼는 장난감을 지켜주며 그렇게라도 주인에게 쓸모 있는 장난감으로 남고 싶어한다.

"아이들은 원래 잘 잃어버려. 세상은 넓고 아이들은 많아."

평상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차분하게 우디를 챙겼던 보핍은 주인을 잃은 후 여전사가 되어 우디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다. 언젠간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다른 장난감으로 대체되어 쓸모없는 존재가 될지 모른다는 슬픔을 뒤로한 채 아이에게 사랑받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고 믿는 장난감 친구들. 우디 역시 앤디와의 따스한 추억, 주인의 품에 안겨 행복했던 기억을 붙잡고 온 힘을 다해왔다.

더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안 우디는 마침내 스스로 주인을 떠나는 결단을 내린다. 모험심과 동심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던 우디의 성장 드라마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향연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우디와 버즈, 제시와 렉스, 포테이포 부부 등 친근한 장난감들은 정겹고 다시 만난 보핍과 세 마리의 양은 반갑다. 일회용 플라스틱 포크로 만들어진 포키와 잠시 '처키'를 만난 것 같은 공포를 안겨줬지만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 마냥 사랑스러워진 개비, 황당무계한 계획으로 웃음을 담당한 만담 콤비 더키&버니, 허세와 찌질을 오가던 카붐 등 누구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전편보다 나은 후편은 없다'는 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리며 감동과 재미, 유머, 공포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른 <토이스토리 4>는 더는 장난감으로 위로받지 못할 것 같은 어른들에게도 코끝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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