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시민사회 입법논의 이어져
임신부 자기결정권 보호 강조
검찰 '12주 이내'불기소 처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낙태 허용 기간·범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춘석(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난 19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김수정 낙태죄 위헌소송 대리인단 변호사는 발제에서 "낙태 허용 기간을 짧게 정하면 사실상 낙태를 할 수 없거나, 임신한 여성이 성급한 낙태를 결정하게 될 수 있다"며 "충분히 생각할 기간을 두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토론에서 "여성이 진정 바라는 것은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지 않는 것이고, 임신 중단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중절수술에 대한 주 수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30여 년간 세계 60여 개 국가가 승인받아 사용 중인 임신 중단 유도약물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산부인과 전문의는 "낙태를 합법화한 미국의 사례를 보면, 수술에 의한 임신 중단이 12주 이내 시행됐을 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임신 14주 이상 중기 임신 중단은 위험성과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수술방법도 복잡해져 잘 훈련된 의료인이라도 위험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다만, 진단이 늦어진 청소년이나 인지능력이 부족한 장애 여성 등은 중기 임신중단도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검찰은 임신 12주 이내 낙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 또 헌재가 허용 사유로 예시한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도 기소유예 처분을 하기로 했다. 기소유예는 범죄에 대한 의심이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다. 대검찰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낙태 사건 처리기준' 공문을 지난달 창원지검 등 각 검찰청에 보냈다.

검찰은 또 임신기간 12~22주 이내에 낙태를 했거나 헌재가 낙태 허용 사유로 예시한 범위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있는 사례에 대해서는 국회가 새로운 법을 마련할 때까지 기소중지하기로 했다. 이미 재판 중인 사건에는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을 우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선고유예를 구형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해야 하거나 상습적으로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에 대해서는 유죄를 구형하기로 했다.

헌재는 지난 4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했었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와 관련한 형법·모자보건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는 전면 폐지된다.

 

이정미(정의당) 국회의원은 지난 4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형법상 자기낙태죄·동의낙태죄 규정을 삭제하고, 임신 14주 이내 임신부의 판단으로 조건 없이 낙태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임신 14~22주에는 태아가 건강상 중대한 손상을 입었거나 우려가 있으면 가능하도록 했고, 22주를 초과했더라도 보건·의학적으로 임신부의 건강을 해치거나 우려가 있으면 가능하도록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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